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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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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올리버
(OLIVER!)

하수민
하수민
영국|153분|1968년|국내개봉 1971년 8월 1일

감독 캐럴 리드 Carol Reed
각본 버넌 해리스 Vernon Harris
원작 찰스 디킨스 Charles Dickens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
뮤지컬 작곡·작사 라이어넬 바트 Lionel Bart
촬영 오스워드 모리스 Oswald Morris
음악 조니 그린 Johnny Green
출연 마크 레스터 Mark Lester(올리버)
론 무디 Ron Moody(패긴)
샤니 월리스 Shani Wallis(낸시)
올리버 리드 Oliver Reed(빌 사이크스)
잭 와일드 Jack Wild(아트풀 도저)
뮤지컬은 참 신기하다. 현실에서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람들이 갑자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데도, 모든 게 전혀 어색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니 말이다. 부작용이라면, 어둡고 비참한 사연도 아름답게 만들어버려서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랄까. 그것이 뮤지컬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968년 작품 <올리버(OLIVER!)>는,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영화이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극적인 내용 때문에 여러 차례 영화화 되었는데 <올리버>는 그중에서도 제일 유명하고 인상적인 작품으로, 정확하게는 라이어넬 바트(Lionel Bart)의 무대 뮤지컬을 영화화한 것이다. 라이오넬 바트는 혼자서 각색, 작사와 작곡까지 해냈는데, 놀랍게도 그는 정식으로 음악교육을 받지 않아 악보를 읽지 못해서 숙련된 피아니스트에게 멜로디를 불러주고, 피아니스트가 악보에 맞게 곡을 조율했다고 한다.
뮤지컬 <올리버>는 1960년 6월 30일, 영국에서 처음 무대에 올려 23차례의 커튼콜을 받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영국에서 가장 오랜 기간 공연된 뮤지컬이 되었다. 그리고 미국 브로드웨이로 건너가 성공한 최초의 영국 뮤지컬이 되어 라이어넬 바트에게 토니상까지 안겨주었다.
<올리버>는 그렇게 검증된 작품이긴 했지만, 영화는 또 다른 장르라서 무조건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실력 있는 감독이 필요했다. 감독 캐럴 리드(Carol Reed)는 1906년생으로 연극배우이자 영국 왕립 연극 학교의 설립자인 아버지를 따라 극단에서 활동하다가 영화계로 옮겨가서 1935년에 첫 단독 감독을 맡게 되었다. 이후, 전쟁 다큐멘터리와 스릴러 영화를 제작 및 감독하며 영국과 미국에서 명성을 쌓아갔다. 그리고 1949년, 정치 스릴러 영화 <제3의 사나이(The Third Man)>로 칸 영화제 작품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1952년에는 영화감독으로는 처음으로 기사작위를 받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후 그의 작품은 흥행과 작품성 모두에서 내리막길을 걸었고, 대중과 영화계의 비난을 받게 되었다. 그러다가 만난 작품이 바로 <올리버>였고, 그의 유일한 뮤지컬 작품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거머쥐게 되었다. 미국 자본이 90% 들어갔지만, 출연진과 제작진이 모두 영국인인 ‘영국영화’가 미국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받은 아주 드문 경우였다.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올리버>를 끝으로 뮤지컬의 황금기도 저물어갔는데, 이전에는 <파리의 아메리카인(An American in Paris, 1951)>, <지지(Gigi, 1958)>, <웨스트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1961)>,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 1964)>,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1965)> 등등 10년 넘게 많은 뮤지컬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데 반해, 이후 <시카고(Chicago, 2002)>가 상을 받기까지 34년이나 기다려야 했다.
영화 <올리버>를 명작으로 이끈 공로자가 또 있으니 안무가 오나 화이트(Onna White)이다. 1969년 아카데미 영화제에 안무상은 없었기에 특별히 명예상을 만들어 오나 화이트에게 선정했다. 영화를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일화이다. 무대와는 다른, 커다란 공간에서 펼쳐지는 군무가 특히 인상적이다.
캐럴 리드의 이력을 보면 언뜻 <올리버>를 감독했다는 사실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치사회에 관심이 많고 암울한 현실을 냉소적으로 다루던 감독이 ‘아이들이 나오는 뮤지컬’이라니! 그런데 알고 보니 캐럴 리드는 원래 아이들과 작업하기를 좋아했고 <올리버>는 사회문제를 다룬 작품이었다. 웃고 즐기는 환상의 쇼가 아니었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올리버의 뒤틀린 인생’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원작자 찰스 디킨스는 어린 시절, 빚을 지고 감옥에 간 아버지 때문에 학교에도 못 가고 노동을 해야 했다. 아버지가 돌아오고 형편이 나아진 후에도 어머니의 차별로 찰스 디킨스만 열악한 환경의 공장에서 일해야 했고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쌓여갔다. 그는 혼자 힘으로 기자가 되고 글을 쓰면서 가난에서 벗어났으며 20대에 이미 소설가로 인기와 부를 누렸다. 그렇지만, 찰스 디킨스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잊지 않았고 빈곤과 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 악랄한 여성들은 《올리버 트위스트》를 비롯하여 《데이비드 코퍼필드(David Copperfield)》,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 등에 반영되었다. 그리고 구원! 찰스 디킨스는 자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 그가 바라던 환상을 소설로 쓴 것일지도 모르겠다.
1837년 2월부터 잡지에 연재된 《올리버 트위스트》는 당시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그러나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19세기에 인구는 국력이었다. 지배계급은 노동자들이 아이를 많이 낳길 원했다. 그러다가 빈민이 많아지니 혁명 세력이 될 수 있기에, 도덕적 절제를 강조하며 이제는 출산을 억제했다. 동시에 결혼에 대한 욕망은 유지시키며 경제적 능력을 강조했다. 남성을 자극해서 결혼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정숙한 여성’이 필요했다. 빈민을 구제하기 위해 만든 ‘구빈원’은 처음 만들어진 취지와는 다르게, 빈곤층 아이들을 부모와 분리하여 ‘헛된’ 생각을 가지지 못하게 하고 노동을 착취하는 곳이 되었다. 그러한 지배이데올로기를 비판한 것이 바로 찰스 디킨스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이다.
영화 <올리버>는 고아 소년 ‘올리버’의 불행과 역경, 그리고 구원받는 이야기이다. 구빈원에서 굶어가며 노동하고, 푼돈에 팔려갔다가 런던에 가게 되고, 소매치기 소굴에 들어갔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부유한 친척을 만나 비로소 행복을 찾게 된다는 결말. 경쾌한 노래와 화려한 춤, 아름다운 화면 뒤에 어두운 현실이 있다. 당시에는 아동학대가 만연했다. 실제로 빈민층 아이들은 4세 때부터 기아와 노동에 시달리다가 대부분 15세를 전후로 죽었다고 한다. 부모가 있어도 그랬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범죄에 이용되기도 했다.
200년 전 이야기인데, 왠지 낯설지 않다. 여전히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부모들이 있고, 돈벌이를 위해 먹방으로 학대하고, 날씬해야 한다고 굶기며 학대하는 부모들이 있다.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아 공중도덕과 예의를 모르게 만드는 것도 학대이며, 자식이 잘못을 저지르면 돈으로 막아주는 것도 학대이다. 아이가 아이답지 못하고, 어른이 어른답지 못할 때 세상은 불행하다.
<올리버>에서 가장 대규모 장면, 노래 <Who Will Buy?> 시퀀스는 정말 멋지다! 5분 남짓한 이 장면을 촬영하는 데 6주가 걸렸다고 한다. 화창한 아침, 광장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저마다의 일을 한다. 독창이 중창이 되고 합창이 된다. 수백 명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며 장관을 이룬다. 아름다운 선율, 그러나 가사는?
광장에서 노동자들이 노래한다.
“향기로운 빨간 장미 사실 분, 두 송이에 1페니입니다.”
“오늘 짠 우유 사세요, 마님.”
부유층이 사는 2층집에서 올리버가 노래한다.
“누가 이 멋진 아침을 살까요?”
똑같은 아침이지만, 사람에 따라 너무나도 다르다. 화창한 하늘을 즐기는 올리버와 하루 장사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 특히, 굴뚝청소부 아이들과 학교에 가는 아이들의 대비가 눈에 띈다. 같은 아이들인데, 한쪽은 검댕이 묻은 얼굴에 더러운 옷을 입고 있고, 다른 한쪽은 깨끗한 교복을 차려 입고 있다. 굴뚝청소는 위험한 일이라 아이들이 많이 다치고 죽는 일도 허다했다고 한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그렇게 신분이 나뉘고 있었다. 악당인 사이크스와 패긴이 자신들의 신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도덕적 양심이 아니라, 부당하게라도 부를 축적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결국 불행을 가져올지라도.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과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본과 혈통이 있어야 한다는 다소 찝찝한 결말이긴 하지만, <올리버>는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뮤지컬에서는 소매치기도 도둑도 살인자도 신 나게 노래 부르고 춤을 춘다. 마치 소설의 반어법이나 풍자처럼, 노래와 춤으로 모순과 편견과 사회비판을 녹여낸다. 뮤지컬의 신기한 힘이다

기고자 소개

하수민

영화평론가

베이징영화대학 중국영화사 석사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영화에세이 『영화 속속풀이』 1, 2,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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