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청소년지도연구원

대전청소년

2020년 가을호
청소년이 힘들 때
국번없이 1388
24시간 연결됩니다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본문


영화로 보는 세상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최진우
하수민
우리는 매일, 시시각각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고, 화가 나기도 하며, 때로는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에 혼란을 겪기도 한다.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은 그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Pixar)의 15번째 작품으로 2015년에 개봉, <토이 스토리(Toy Story)> 시리즈와 <월-E(WALL-E)>(2008년)의 원안자이며 <몬스터 주식회사(Monsters, Inc)>(2001년)와 <업(Up)>(2009년)을 감독한 피트 닥터(Pete Docter)가 원작과 감독을 맡았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11세 소녀 라일리의 ‘감정을 조종하는 본부’라는 설정으로, 딱딱한 심리학을 감성적이고 재미있게 시각화 하여 보여준다. 누구나 겪었을,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순간들! 그 순간 느꼈던 감정과 기억은 쌓이고 쌓여 사람의 성격을 형성한다. 특히, ‘핵심기억’은 그 사람의 개성을 나타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트 닥터는 딸이 11세가 되면서 성격이 변하는 걸 보고 ‘속마음’이 궁금해졌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구체화 하며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신경외과 의사 등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인사이드 아웃>을 완성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말한 인간의 기본 감정 중에서 핵심적인 5개 감정을 골라 캐릭터로 만들어냈는데 기쁨(Joy), 슬픔(Sadness), 분노(Anger), 짜증(Disgust), 두려움(Fear)이라는 감정을 그대로 이름으로 사용했다.(우리나라에서는 기쁨, 슬픔, 그리고 버럭, 까칠, 소심으로 번역했다.)
다섯 가지 감정의 모습은 누구나 알아보기 쉽게 표현되었다. 리더 ‘기쁨’은 노란색에 반짝반짝 빛이 나고, 푸르죽죽한 ‘슬픔’은 눈물방울을 거꾸로 한 모습에 다리가 없는 안경을 쓰고 있다. 시뻘겋게 타오르는 ‘버럭’은 불꽃 모양이고, ‘소심’은 보라색에 가늘고 길어서 불안정해 보인다. ‘까칠’은 (특히 미국) 아이들이 싫어하는 브로콜리 모양인데 원래 영어 disgust는 쓴맛에서 유래했다. <인사이드 아웃>은 특별히 대여섯 살 아이들을 상대로 시사회를 열어 반응을 보았는데 아이들은 캐릭터의 모습을 보고 무슨 감정인지 충분히 이해했다고 한다. 역시 픽사!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잠깐씩 다른 사람의 감정 모습도 보여주는데 라일리의 감정과 비교해보면 ‘심리학’을 좀 더 알 수 있다. 라일리가 처음 느꼈던 감정이 기쁨이어서인지 라일리의 주감정이자 리더는 기쁨이고 다섯 감정은 개성 넘치는 모습에 남녀도 섞여 있다. 그런데 라일리의 엄마는 모든 감정이 여성이고 모습도 비슷하게 생겼다. 그리고 주감정은 슬픔이 맡고 있다. 아빠는 버럭이 주감정이고 역시나 다 비슷한 모습의 남성이다. 색깔로만 감정을 구분할 수 있는 정도다.
어린 시절에는 성역할에 대한 편견도 없고 감정도 확실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성격이 고정화 되고 감정들도 비슷하게 된다는 뜻 같다. 생물학적으로도 엄마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우울해지고 아빠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때문에 공격성이 강해진다고 하니 과학적 근거가 있는 설정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다른 사람들의 감정도 잠깐씩 등장하는데 역시나 깨알재미를 준다. 거기에 강아지와 고양이 감정까지, 아는 사람이라면 백번 공감할 세세함을 보여준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중요한 캐릭터가 또 있으니 바로 라일리의 상상친구 ‘빙봉’이다. 사탕눈물을 흘리는 분홍색 코끼리+고양이+돌고래+솜사탕! 빙봉은 어린 라일리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았지만, 라일리가 자라면서 점점 잊혀가고 기억저장소에서 떠돌아다니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라일리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빙봉이 사라져야 함을 알고 기쁘게 소멸되는 길을 선택한다. 라일리의 성장을 위해,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빙봉은 웃으면서 떠난다, 영원히. 어른들에게는 사라진 빙봉이 하나씩 있을 것이다. 기억할 수 없지만, 다시 돌아올 수 없지만…….
라일리의 감정들은 라일리의 행복을 목표로 열심히 일한다. 특히 기쁨은 라일리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하며 라일리가 슬픔을 느끼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슬픔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한다. 화가 나도 슬퍼도, 억지로 기쁜 척하면 행복해진다고 믿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다. 긍정적이 되어라, 대범해져라, 울음도 화도 참아라, 항상 웃어라! 그래서 과연 우리는 행복한가? 슬플 때는 울며 위로 받고, 소심하게 행동하여 위험을 피하고, 불의를 보면 버럭 화도 내고, 까칠하게 굴 때도 있어야 한다. 나의 감정을 억누르며 타인의 잣대로 나의 행복을 재단하지 말자! 타인을 배려하는 것과 눈치 보는 것은 다르다.
힘든 시간을 보낸 후, 라일리의 기억 유리구슬은 뭔가 달라져 있다. 어렸을 때는 단순한 색이었는데, 대부분이 기쁨의 노란색이었는데, 이제는 유리구슬 하나에 여러 가지 색이 담겨 있다. 노랑에 파랑이 물들어 있고, 초록에 보라에 빨강이 섞여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감정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감정이 다양하고 복잡해진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일을 겪으며 속이 깊어지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사람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다. 웃기기만 하는 영화는 감동이 없다. 기억에 남는 영화에는 기쁨과 슬픔이 모두 담겨 있다. 피트 닥터의 말처럼 ‘영화가 너무 즐겁기만 하면 깊이가 없다.’
독일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슬픔은 기쁨 없이도 생겨난다. 그러나 기쁨은 슬픔 없이는 생겨날 수 없다.”
그러고 보니 기쁨의 눈과 머리카락이 파란색이었다. 다 이유가 있었다

기고자 소개

하수민

영화평론가

베이징영화대학 중국영화사 석사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영화에세이 『영화 속속풀이』 1, 2,3권

맨위로 이동 맨아래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