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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국 Cinema Paradiso(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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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하수민
하수민

시네마 천국
Cinema Paradiso(1988년)

프랑스/이탈리아, 124분, 1990. 7. 7. 국내개봉(1993. 11. 13. 재개봉/ 2013. 9. 26. 재개봉/ 2020. 4. 22. 재개봉)

감독·각본 쥬세페 토르나토레
제작 프랑코 크리스탈디 Franco Cristaldi
음악 엔니오 모리꼬네 Ennio Morricone

출연
마르코 레오나르디 Marco Leonardi(청년 살바토레), 필립 느와레 Philippe Noiret(알프레도), 자끄 페렝 Jacques Perrin(중년 살바토레), 살바토레 카스치오 Salvatore Cascio(소년 살바토레=토토), 브리지트 포시 Brigitte Fossey(중년 엘레나)
2020년 여름 어느 날, 비보가 들려왔다. 거장의 죽음, 엔니오 모리꼬네가 9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는 소식이었다. 생전에 만난 적도 없는데, 마치 오랜 지인이 떠난 것 같았다. 그리고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그가 남긴 선율이었다. 그것은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이었다.
마카로니웨스턴부터 로맨스, 역사, 스릴러, 공포, 예술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엔니오 모리꼬네. 60여 년 동안 500여 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했다니, 양만으로도 어마어마한데 정작 본인은 ‘예전 클래식 작곡가들과 비교하면 많이 한 것도 아니’라며 겸손해 했다고 한다. 워낙 명곡도 많아서 아마 그의 이름을 모르더라도,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그의 음악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방송에서 광고에서 모리꼬네의 음악을 워낙 자주 사용하니 말이다.
서부영화의 상징이 되어버린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1964년)와 <석양의 무법자(For A Few Dollars More)>(1965년)의 주제곡, 그리고 서부영화인데도 서정적인 멜로디를 사용한 <옛날 옛적 서부에서(Once Upon A Time In The West)>(1968년)은 다른 느낌의 명곡이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갱스터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1984년)는 팬 플루트 연주로 주인공의 고독과 처연함을 표현했고, 18세기 남미에서의 선교 이야기 <미션(The Mission)>(1986년)에서는 유명한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비롯해서 경건하고 서정적이며 성스러운 음악을 선보였다.
그 외에도, 돌고래 이야기 <올카(Orca)>(1977년), <천국의 나날들(Days Of Heaven)>(1978년), <프로페셔널(Le Professionnel)>(1981년), <언터처블(The Untouchables)>(1987년),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1988년), <벅시(Bugsy)>(1991년), <시티 오브 조이(City Of Joy)>(1992년), <러브 어페어(Love Affair)>(1994년), <말레나(Malena)>(2000년), <헤이트풀8(The Hateful Eight)>(2015년) 등등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곡한 영화음악 목록을 보면 거의 명화 목록이다. 그의 음악 덕분에 더욱 여운이 남는 영화,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엔니오 모리꼬네가 다작을 한 이유는 거절을 못 해서일 뿐, 쉽고 빠르게 작업하지는 않았다. 시나리오를 꼼꼼히 읽고 분석하며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을 답사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는데, 다만 자신이 감독의 영화를 존중하는 만큼 자신의 음악도 존중받길 바라며 간섭과 수정하는 것을 싫어했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감과 자부심이 있었다는 뜻이리라. 거장에게 누가 감히 수정을 요청했을까 싶지만, 음악이 너무 좋아서 영화를 잊어버리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영화감독 입장에서는 훌륭한 음악이 늘 반가운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수많은 명곡을 작곡했지만, 엔리오 모리꼬네는 아카데미상과 오랫동안 인연이 없었다. 그러다가 2007년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 이제 80살이 되는 그에게 기회가 없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2016년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헤이트풀 8>으로 엔니오 모리꼬네는 음악상을 수상했다. 88세의 나이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고 또 하나의 명곡을 탄생시켰다. 거장은 역시 거장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수차례 재개봉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시네마 천국>은 극장 ‘시네마 천국’의 영사기사 알프레도와 꼬마 토토의 이야기이다.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전쟁을 일으켰던 이탈리아는 패전국이 되어 먹고 살기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절망에 빠진 이탈리아사람들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영화’였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이탈리아 영화는 ‘네오리얼리즘’이라는 전성기를 맞이한다. 아빠는 전쟁에서 전사하고 엄마와 여동생밖에 없는 토토는, 영화에 푹 빠져 ‘시네마 천국’에서 살다시피 한다. 자식이 없는 알프레도는 토토에게 친구이자 아버지이며 스승이 되어준다. 꼬마 토토는 청년이 되어 마을을 떠나고 중년이 되어서야 다시 돌아온다.
한때, 네온사인이 휘황했던 극장도 이제는 폐허가 되었고, 활기찼던 마을사람들도 모두 힘없는 노인이 되어 있었다. 토토가 영화감독 살바토레가 되는 시간 동안, 그를 키워냈던 알프레도와 마을사람들과 극장은 늙어갔던 것이다. 토토가 떠나던 날, 알프레도가 말한다. “떠나거라. 절대 돌아오지 마라. 무엇을 하든 그것을 사랑하거라.” 유일한 친구이자 자식 같은 토토를 그렇게 보낸다. 이후, 긴 세월 동안 무척이나 그리웠을 텐데 알프레도는 토토를 부르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알프레도는 진정한 어른이었다. 토토의 성장과 미래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마지막에 알프레도가 남긴 선물을 보며 울컥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흐르던 음악은 오래오래 귓가에 맴돌며 그 감동을 되살린다. <시네마 천국>에서 음악은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전하는데, 모두 다른 음악이 아니라, <Love Theme>와 <Toto and Alfredo> 두 멜로디를 다양하게 변주해서 사용한 것이다. 아련한 추억의 느낌을 기본으로 토토의 성장에 따라 때론 경쾌하게 때론 애잔하게 듣는 이의 감정을 배가시킨다. 사실 변주는 모리꼬네의 특징이기도 한데, 일관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느끼게 하여 각 장면에 어울리면서도 반복적으로 듣게 된 멜로디는 각인되는 효과가 있다. 제목만 봐도 음악이 귓가에 들리고 영화의 장면도 뒤따라 떠오르게 되니 다시 한 번, 음악의 위대함을 느낀다.
영화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문학적 요소, 시각적 요소 등도 중요하지만, 청각적 요소 특히 음악은, 장면의 분위기를 좌우하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영화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음악은 흔히 ‘OST’라고 하는데 이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riginal Soundtrack)’의 약자로, 원래 ‘필름’의 가장자리에 소리가 입혀진 트랙이 있었기 때문에 지어진 명칭이다. 국제 통용어는 아니고 영어권 국가와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드라마나 게임 삽입곡 등의 의미도 가지며 광범위하게 쓰인다. 디지털 시대가 된 지금은 다른 방식으로 소리가 나는데도 여전히 ‘OST’가 상용되고 있다.
개인의 성장과 사랑뿐만 아니라, 영화와 극장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시네마 천국>.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가 마지막에 직접 출연하는데, 알프레도의 사랑을 전달하는 역할이며 이제는 사라져가는 영사기사를 연기함으로써 <시네마 천국>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임을 보여준다. 극장에 사람들이 모여 영화를 보며 함께 웃고 울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 그곳은 정말 ‘시네마 천국’이었다. <시네마 천국>에 대한 또 다른 추억이라면, 당시에 ‘시네마 천국’이 일반명사처럼 곳곳에 쓰였는데,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동네마다 ‘시네마 천국’이라는 비디오 대여점이 있었다.
처음 개봉 당시는 이탈리아 영화가 쇠퇴기여서 <시네마 천국>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이탈리아 영화였다. 미국영화나 다른 유럽영화와는 다른, 지중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할까. 그런데 주요 인물이 모두 프랑스 배우였다는 사실에 의아했다. 알프레도로 나온 필립 느와레는 프랑스 배우라서 프랑스어로 연기하고 성우가 이탈리아어로 더빙을 했다고 한다. 배우도 국적 상관없이 출연하고 더빙을 하기도 하는 방식은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시네마 천국>은 이탈리어판과 프랑스어판이 있는데, 이렇게 두 가지 언어 버전을 만드는 일도 유럽에서는 일반적인 경우다.
중년 토토 자끄 페렝과 중년 엘레나 브리지트 포시도 프랑스 배우인데, 브리지트 포시는 1952년 6세의 나이에 <금지된 장난(Jeux Interdits)>에 출연했던 배우로 ‘시네마 천국’과 역사를 같이하는 연기경력을 가진 셈이다.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예전 얼굴이 남아 있어 반가웠는데,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봉했을 때는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이 통편집되어 볼 수 없었고, 나중에 재개봉되었을 때 비로소 볼 수 있었다. 이런 사실 때문에 재개봉 당시, 첫 개봉 때 영화를 본 사람은 할인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우스개를 하기도 했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 <시네마 천국>은 키스신이 가장 많이 나오는 영화이며, 가장 사랑받는 OST가 있는 영화이다. 엔니오 모리꼬네 덕분에 <시네마 천국>은 영원한 명작이 되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그가 떠난 후에도, 그의 음악은 우리 곁에 남았다
- 제62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제(외국어영화상)
- 제11회 청룡영화상(외국영화상)
- 제47회 골든 글로브(외국어영화상)
- 제42회 칸영화제(심사위원대상)

기고자 소개

하수민

영화평론가

베이징영화대학 중국영화사 석사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영화에세이 『영화 속속풀이』 1, 2,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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