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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지도연구원

대전청소년

2020년 겨울호
청소년이 힘들 때
국번없이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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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이 세상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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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박상훈
박상훈
도안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지도사

행복한 사람이 세상을 밝힌다

나는 늘 생각이 많다. 필요 이상 걱정이 많다고 해야 할까. 언젠가 나는 관심도 없는 사주를 부모님께서 보고 오신 적이 있다. 듣고 오신 얘기를 얼마간 길게 이야기해 주셨는데 이 글을 쓰려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아스팔트 길도 두드려가면서 걸어가는 사주팔자를 타고났다’라고 말씀해 주신 게 기억이 났다. 다른 내용은 떠오르지 않는데 이 말이 기억에 남아있는 걸 보면 아마 내가 듣기에도 맞는 말이라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부터 평소에 자주 대하게 되는 청소년들과 부모님들께 나누고 싶었던 얘기를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하고 싶다. 그게 잘 될지 모르겠지만...
많은 20대가 백수다. 나이 서른인데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모르는 거다. 우리나라 한 리포터가 그리스의 어부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잡은 생선 중 크고 좋은 것들을 따로 놓는 걸 보고 리포터가 이쪽 상등품은 팔 거냐고 묻자, 어부는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먹을 거란다. 왜 값을 더 쳐줄 물건을 팔지 않느냐고 묻자 나머지 판 돈 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다고 한다. 좋은 것들은 가족들과 먹을 거라고. 가치관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스웨덴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인간에겐 소유욕과 존재욕이 있는데 소유욕은 경제적 욕망을, 존재욕은 인간과 인간이 더불어 살고자 하는 의지를 뜻한다고. 그런데 그 존재욕을 희생해 소유욕을 충족시키는 건 병적 사회라고, 공교육이 처음 가르치는 것이 그런 거다.
우리나라의 어른들, 이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신의 자녀들을 올바르고 최고의 인간으로 성장시키고 싶어 한다. 어른들은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은 수많은 경험 속에서 옳다고 생각되는 가치관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려 하고, 심지어 강요한다. ‘~을 해야만 한다.’ ‘~을 잘해야 ~을 가질 수 있다.’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한다’ 등 강요하고 참견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성격이 소심하고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보고된다. 부모로서는 그것이 옳다고 믿고 있어서 ‘~해야만 한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청소년의 심리적 문제의 중요한 원인을 어머니의 과잉보호라고 보는 학자들도 많다. 자라면서 사랑을 받지 못한 어머니가 자녀를 과잉보호하게 된다.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는 내 아이에게 대물림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힘을 휘두르는 방식으로, 어떤 이들은 지나치게 방임함으로써 과잉보호하였다. 힘을 휘두르는 어머니의 자녀들은 집에서는 유순하지만,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이 있다. 반면에 방임적인 어머니의 자녀들은 집에서는 순종적이지 않지만, 학교에서는 모범적으로 행동한다.
집에서는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잘하며, 유순하지만 학교에서는 오히려 아이들을 괴롭히고 부도덕한 행동을 저지르는 아이들이 있다. 이것이 꼭 과잉보호가 원인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부모들이나 교사들이 청소년 문제라고 여기는 자녀의 증상이 실제로는 자녀의 문제가 아니라 그 문제의 근원이 가족 내의 긴장에서 기인할 수 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훈육 방법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잘못된 행동을 목격한 즉시 꾸중하고 지적하고 교정하라. 잘못한 행동을 한 그 시기를 지나 훈육하게 되면 그 훈육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반려견 훈련법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행동교정 방법이다. 논리적으로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이것을 인간에게 고스란히 적용하기에는 오류가 있다. 인간은 그리 단순한 매커니즘으로 이루어진 동물이 아니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있는 그대로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자신을 천재처럼 감추고 드라마의 역할 연기 속에서 거짓 자아를 키우며 강박과 중독, 우울과 경멸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어린 시절의 경험과, 성장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 부모님들은 아이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고, 좋은 교육과 좋은 음식과, 항상 최고의 것을 주려고 한다. 이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부모님들은 합리화를 하면서 아이에게 지시한다. 청소해라, 숙제해라, 밥 먹어라, 학원가라. 이런 지시형의 말들은 반대로 하고픈 욕구를 자극시킨다. 선택권을 줘야한다. 아이를 통제하려 들수록 통제권을 잃어버린다. 통제권은 아이에게 줘야한다.
부모와 자식, 연인관계 등을 비롯한 이 사회의 모든 인간관계가 훌륭해지기 위해서는 성실하고 성숙한 ‘자립한 개인’ 사이에서 비로소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앞서 편의를 위해 부모라고 지칭했지만 청소년지도사, 교사도 포함한다. 청소년을 제대로 성장시키고 싶다면 진지한 마음으로 자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풍요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있다. 부족해도 안 되지만, 넘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에 충실하자’라는 슬로건이 가슴에 와 닿는다. 청소년들이 온전한 인격체로 받아들여지고, 천재라는 가면을 쓴 비극의 드라마는 다시 시작되지 않길 바란다. 나도 다시 한 번 우리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고, 반성하게 된다. 청소년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청소년지도사가 되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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