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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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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의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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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정근식
정근식

도도새의 날갯짓

지난 달 내가 근무하는 직장에서 인사이동이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자리로 배치를 받은지라 무척 당황했다. 형평에 맞지 않는 부당한 인사라는 생각이 들어 담당자에게 그 까닭을 물었지만 돌아오는 말은 공정한 평가였다는 것이다. 결국은 나의 능력과 깜냥을 지적한 답이었다. 나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자리에서 도태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기에 내가 내 자리에서 과연 최선을 다했는가, 나태하지는 않았는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남인도양 모리셔스 섬에 도도새가 살았다. 모리셔스는 지각변동으로 다른 대륙과 수백 킬로 이상 떨어진 섬이다. 그 섬에는 카바리아 나무가 있는데 도도새는 그 열매를 먹고 살았다. 떨어진 카바리아 열매만으로도 먹이가 충분했다. 그래서 도도새는 먹이를 얻기 위해 힘든 날갯짓이 필요하지 않았다. 또한 다른 대륙과 워낙 멀리 떨어져 도도새를 위협하는 천적이 없기 때문에 도망 다니기 위해 몸집을 줄이고 다리를 튼튼히 할 필요도 없었다. 그야말로 모리셔스 섬은 도도새에게는 천혜의 서식지였다.  
내가 십 수 년 넘게 비교적 안정된 곳에서 자리를 지켜왔듯이 도도새 역시 자신에 처해진 환경에 매우 만족하며 모리셔스 섬에서 살았다. 바닥에 널려있는 카바리아의 많은 열매는 도도새를 비대하게 했고, 날갯짓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면서 몸의 균형을 잃어버렸다. 날갯짓이 없었던 도도새는 결국 날개가 퇴화되었고 짧은 다리는 더욱 약해져 늘어난 몸집을 감당하지 못해 오리보다 심하게 뒤뚱거렸다. 또한 자신을 위협하는 천적을 본 적이 없어 자신을 경계하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인간들이 처음 모리셔스 섬에 들어왔을 때, 자신을 잡으려는 인간을 경계하기는커녕 집에서 기르는 개처럼 졸졸 따라다녔다. 해치려고 몽둥이를 들어도 도망갈 줄 몰랐다고 하니 어찌 살아남았을 수 있었을까. 그렇게 현실에 안주하고 지냈던 도도새가 인간이 본격적으로 모리셔스 섬에 들어간 지 십 수 년도 되지 않아 멸종해버렸고, 지금은 전설 속의 새가 되었다.
  어쩌면 나는 그 동안 날갯짓을 잊고 지낸 도도새였다. 모리셔스 섬의 카바리아 나무가 모두 내 것인 줄 알았다. 카바리아 나무열매가 항상 내 곁에 있고 나를 위협하는 그 어떤 천적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카바리아 나무 열매나 힘 들이지 않고 주워 먹고, 고유한 날갯짓을 잊고 지낸 것은 아니었나. 모리셔스 섬이 조금씩 가라앉아 언젠가는 카바리아 나무열매가 없어지고 주위에 천적이 많아진다는 것을 몰랐던 도도새처럼.
그래서 나는 퇴화되어 버린 나의 날개를 되살리기 위해 수없이 날갯짓을 해야 하고 비대해진 몸도 줄여야 한다. 날갯짓을 늘리고 몸집을 줄여 도도새의 조상이 처음 날아온 그날처럼 내가 이 직장에 처음 온 그날의 나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제 다시, 몸집을 줄이고 잊고 살았던 날갯짓을 한다면 처음에는 날개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하늘을 나는 것이 두렵겠지만 그것이 미래를 살아갈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에 시도해 보련다. 멸종된 도도새가 현실에 안주해 온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작지 않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기고자 소개

정근식

《현대수필》 신인상 등단

전라일보 ‘아침단상’ 연재 중

수필집 『가까이서 오래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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