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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지도연구원

대전청소년

2019년 겨울호
청소년이 힘들 때
국번없이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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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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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청소년길잡이
홍억선
홍억선

기본으로 돌아가자

변화의 시대이다. 변화도 그냥 변화가 아니라 ‘모든 걸 다 바꿔, 확 바꿔’라는 혁신의 시대이다. 바뀌지 않으면 낙오된다는 무서운 소리까지 거침없이 들려온다. 어떤 유명한 대기업에서는 아내와 자식을 빼고는 몽땅 바꾸라는 캠페인까지 벌였다. 그 결과 그 기업은 세계 굴지의 기업이 되었다. 그러니 변화가 대세는 대세인 모양이다. 하지만 물건을 만들어서 내다파는 기업에서 내놓은 캠페인이라 시대 흐름에 딱 맞아 떨어진 구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다.
하긴 참 많이도 바뀌었다. 아주 오래 전이지만 째깍째깍 시침 분침이 돌아가는 시계판에 아라비아 숫자 1,2,3이 나타나는 디지털시계가 도시 복판의 건물 벽에 붙었다고 해서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구경을 간 때가 있었다. 유럽에서는 두레박으로 퍼먹는 물을 병에 넣어 판다는 뉴스도 신기하게 들려왔었다. 또 어떤 나라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다니고, 자기를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미스터 누구누구라고 부른다는 소리도 들었다. 이제 그런 것들이 이 땅에 들어와 구석기 시대의 전설 같은 일이 되었으니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바뀌고 바뀌었다.
그 변화의 물결은 학교 현장까지 밀려왔다. 그동안 변화를 위한 실험도 여러 번 있었다. 언젠가는 학교에서 열린교실이라는 것을 한다고 한겨울에도 창문을 열어놓고, 복도까지 책상을 들고 나가 덜덜 떨며 공부한 적도 있다. 또 한 번은 버즈세션이라는 방식이 들어와 벌떼처럼 와글와글 떠드는 교실이 좋다고도 했다. 그때는 조용하면 죽은 교실이라고 했다. 어느 시절에는 한 가지만 잘하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는 교육도 했다. 급기야 저번에는 어느 지역에서는 교사를 선생님이라 부르지 말고 쌤이라 부르자 하고, 교장이나 교감은 그냥 홍길동 님이라고 부르자는 일까지 있었다. 바야흐로 변화의 물결 속에 우리가 흘러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변화의 쓰나미 속에서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는 현관 출입구와 복도 곳곳에 ‘기본으로 돌아가자’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적어도 어린 초·중학교까지는 무분별한 변화의 파도에 노출되지 말자는 소망이 이 구호에 담겨 있다. 변화는 A에서 B로 좋게 발전적 진화의 뜻을 담고 있다. 또한 변화도 적절한 때가 있는 법이다. 아직 A라는 기본 틀도 갖추지 못했는데 B로 바뀌자는 것은 성급한 혼돈이 아닐까 싶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Back to the Basic)라는 구호 속에는 몇 가지의 기본 생각이 담겨 있다. 적어도 지금이 아니면 평생 배울 수 없고, 품을 수 없는 가치관들이 들어 있다.
첫째, 예절 있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하루 몇 번이고 만날 때마다 인사를 하자. 인사를 해서 손해될 일은 조금도 없다. 그리고 주변을 청소하자. 세상만사는 주변 정리부터 시작된다. 주변이 정리 되지 않고 지저분한 환경 속에서는 결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급식 때 남은 밥 즉 잔반을 없애자. 우리에게 먹는 행위는 평생 동안 무엇보다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이다. 이 세 가지가 예절 있는 사람이 되자는 행동지침이다.
둘째, 기본으로 돌아가자 라는 구호에는 우리 학생에게는 뭐니 뭐니 해도 공부가 최우선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이것은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불변의 가치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정신과 신체가 건강한 사람이 되자 라는 것이다. 지금 학교의 운동장은 시간마다 한산하기 그지없다. 그림자조차 없고 적요만이 가득하다. 인생에서 건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가. 무럭무럭 자라는 성장기에 체력은 평생 튼튼한 삶을 보장한다.
참으로 구태의연한 구호가 ‘기본으로 돌아가자’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고 귀를 막을 일이 아니다. 오랜 세월 우리 교육이 지향해 온 지智와 덕德과 체體의 교육목표를 이 변화의 시대에도 꿋꿋이 지켜나가자는 의지와 각오가 이 구호 속에 들어 있다

기고자 소개

홍억선

수필가, 교육자

한국수필문학관 관장

진량중학교 교장 역임

수필집 『꽃그늘에 숨어 얼굴을 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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