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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가을호
청소년이 힘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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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운명을 결정할 흙의 소중함

본문

파란 마음 하얀 마음
박교정
대전글꽃중학교 3학년
박교정

인류의 운명을 결정할 흙의 소중함

며칠 전, 따뜻한 봄날의 아름다움을 시기하듯 매서운 바람과 함께 장대비가 내렸다. 우산 위로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경쾌했고, 하늘거리는 바람도 모처럼 나에게 시원함을 선물해줬다. 문득 내 시선은 아파트 담벼락 앞에 머물렀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20cm는 될 것 같은, 징그러울 정도로 살이 오른 지렁이가 보였다. 지렁이는 비를 맞으며 보도블럭 위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지렁이의 움직임에 따라 내 몸도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며 얼른 집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큰 지렁이가 징그럽게 꿀렁대는 모습이 꼭 토하는 것 같았다. 정말 지렁이는 토할 수 있을까? 집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지렁이는 강한 산성 먹이를 섭취하면 소화기관이 망가진다고 한다. 그 외에 지렁이의 구토에 대해서는 어떤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인간이 바라본 편협한 관점에서의 지렁이는 가까이할 수 없는 정도의 생김새로 제대로 그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환경오염의 피해를 공유하고 있는, 죄없는 지렁이가 우리에게 값진 이유는 지렁이 똥, 즉 분변토를 만들기 때문이다. 지렁이는 평생을 흙 속에서 먹고 싸며 돌아다닌다. 먹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유기물을 분해하고 토양을 중화시키며 각종 병해균을 제거한다. 배설된 분변토는 뭉글뭉글한 떼알구조 덕분에 토양 공극을 증가시킨다. 이것은 토양의 물과 양분 저장 능력을 높이고, 통기성과 투수성을 개선한다. 게다가 분변토는 훌륭한 천연비료이다. 질소가 풍부해서 토양의 생산성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지렁이의 배설 활동은 토양의 생산자이자 분해자로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비가 그치고 난 후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날이면, 가끔 길가에 죽은 지렁이를 보게 된다. 그 주위에는 개미들이 많이 몰려있기도 한다. 지렁이는 인간에게 징그럽다고 눈총을 받는 존재이지만, 자신이 이 지구에서 태어나 지구를 위해 자신의 일을 묵묵하게 임하고, 죽는 순간에도 지구의 생물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만물순환의 이치를 자연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소박한 지렁이의 일생을 시로 표현할 수도 있다.

한평생
감자밭에서
고추밭에서

좋은 땅 일구느라
수고한 지렁이

죽어서도 선뜻
선행의 끈 놓지 못합니다.

이제 막 숨을 거둔
지렁이 한 마리

밭고랑 너머
개미네 집으로 실려 갑니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께서 농사를 지으시는 밭에 가서 고추, 가지, 호박, 상추, 고구마 등을 수확하곤 했었다. 가족과 함께 밭일을 하다보면 발 옆에서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보고 화들짝 놀라 펄쩍펄쩍 뛰기도 했었고, 이름 모를 벌레들이 내 다리에 달라붙어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그때는 자연에 서식하는 모든 생물들이 더럽고 추하게 보였지만, 지금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임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편리하고자 만들어내는 수많은 검은 오염원들로부터 지구를 구해내고 있는 마지막 영웅들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우리의 지구를 좀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마지막 힘은 생태계 최고의 포식자인 우리 인간에게 있다. 편안함에 눌려 소중한 것에 대한 무지함으로 귀중한 것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원소는 흙과 비슷하며 흙이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흙에서 빚어진 인간도 흙에서 양식을 찾는다. 우리는 흙과 얽히고 설켜진 채 이 땅에 자리하고 살아간다. 지렁이와 같이 흙은 생태계 먹이사슬의 출발점이며, 현재 우리에게 중요한 기후순화나 오염물질의 흡착 및 정화, 탄소 저장을 통한 온난화 방지 등을 수행하여 약 281조원의 공익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흙1㎠가 생성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0년으로 물, 바람, 온도에 따른 풍화작용으로 바위가 부서져 생성된다. 흙은 생명의 근원으로, 생물과 같이 생겨나고 성숙하며 병들고 죽게 되는 생명이 있는 자원이다. 식물은 흙에 뿌리를 박고 양분을 얻으며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는다. 지렁이는 흙 속에서 안식을 얻는다. 내가 어릴 때에도 흙 놀이를 할 때는 마음이 편해지고 자유로워 기분이 좋았었다. 이렇게 이롭고 건강한 흙을 만들기 위해서는 토양의 물리성, 화학성을 잘 유지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환경오염에 대한 기념비적인 책 ‘침묵의 봄’에서 레이첼 카슨은 새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봄의 암울함을 경고했다. 자연의 대표물로 새를 앞세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운 것이다. 아빠께서 철마다 바꾸어 놓아주시는 내 방 책상 위의 수선화나 히야신스, 다육식물도 나에게 건강한 자연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비 온 후의 향긋하면서도 싱그러운 냄새가 흙에 사는 미생물들의 냄새라고 하니, 나는 흙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흙은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미래는 흙이 결정하기 때문에, 흙이 죽는다면 미래도 죽을 것이다. 흙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므로 우리는 무엇보다도 흙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환경 보존은 흙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우리 주변에서 발아해야 한다. 흙은 소중한 생명체라는 것을, 우리는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 자연의 신비를 보고 느끼고 교감하는 것이 자연의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인류 생존의 바탕이 되는 흙이 전하는 소리를 주의깊게 듣고, 흙의 고귀한 가치를 지켜내어 미래의 환경 자산으로 대물림되기를 기원해 본다. 한 줌의 흙에 인류의 운명이 달려있다
제24회 환경사랑청소년문예공모전 중등부 대전광역시장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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