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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지도연구원

대전청소년

2019년 겨울호
청소년이 힘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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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을 마시는 그날까지

본문

파란 마음 하얀 마음
우호성
동대전고등학교 1학년
우호성

강물을 마시는 그날까지

작년 여름, 집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아빠께서 날씨 참 좋다고 하셨다. 진짜 날씨도 좋고 바람도 쐬고 싶은 마음에 다 같이 금강 노지 캠핑장으로 차를 타고 달렸다. 나무 그림자 드는 곳에 텐트를 치고 낮잠을 한참 자다가 금강을 바라봤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휴양을 즐기는 곳이기도 해서인지 흐르는 물치고는 강이 더럽고 주변도 청결해 보이지 않았다. 다시 텐트로 돌아왔다. 누나에게 저 강물이 왠지 불쌍하다고 하니까 누나는 콧방귀를 뀌면서 강물이 뭐가 불쌍할 것이 있느냐고 했지만 나는 정말 강물이 불쌍해 보였다. 하루만 씻지 않아도 찝찝한데 저 물은 얼마나 찝찝하고 더럽게 느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캠핑장 주위를 걸어 보았다. 수박 등 과일 껍질이 텐트 근처에 널려 있고, 비닐봉지들이 이리 저리 날리고, 온갖 쓰레기가 어찌나 많은지 너무 놀랐다. 쓰레기 치우는 아저씨가 돌아다니면서 치우고 계시는 그 옆에서 버젓이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고 있었다. 정말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네’ 라는 말이 떠올랐다. 우리 가족은 휴가철이면 서해안으로 동해안으로 산으로 들로 항상 많이 놀러 다니는데 그 때마다 질리도록 보는 것이 쓰레기였던 것 같다. 바다이건 산이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항상 그렇다. 대천해수욕장은 시간이 갈수록 더 오염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더러워진 탓에 이번에는 대천해수욕장을 가지 않고 캠핑장으로 휴가를 온 것이다. 이제 대천해수욕장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하고 숙박업소, 술집, 슈퍼, 카페, 유흥업소, 식당, 노래방 등 너무 많은 향락업소들이 생겨 예전에 다니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다. 예전에는 동죽, 바지락 같은 조개도 아주 잘 잡혔었는데 이제는 호미로 한참을 캐봐도 조개가 잘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이 먹을 만큼만 조개를 잡아가는 것이 아니라 잘 나온다고 온 식구들이 총 출동해서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대로 다 캐가니까 그럴 만도 했다. 새끼 조개는 살게 내버려둬도 좋으련만 싹 다 잡아 가지고 가는 모습들을 많이 봤다. 또 조개를 잡았으면 해감을 해야 구워 먹든 끓여 먹든 할 수 있는 것인데 그렇게 많이 잡아가지고 해감도 안 하고는 못먹겠다고 다 버리는 모습도 보았다. 우리 가족은 어디를 가더라도 주위에 있는 쓰레기까지 다 주워 제대로 처리하고 오는 게 우리 집안의 분위기이고 습관이다. 하지만 우리와 달리 쓰레기를 아무렇지 않게 버려두고 가는 그런 사람들도 많았다.
주변환경이 너무 비위생적이어서 가족과 함께 캠핑장을 서둘러 나왔다. 그렇다고 그냥 집에 들어 갈 수는 없다면서 아빠는 낚시나 하고 가자고 하셨다. 누나와 엄마는 차에서 잠이나 잔다고 하여 아빠와 나만 신이 나서 낚시를 했다. 캠핑장 근처 낚시터인데 고기가 어찌나 잘 잡히는지 너무나 즐거웠다. 낚싯줄 던지는 것이 참 재밌었다. 낚싯줄 못 내려가게 하는 것을 확 젖힌 후에 줄을 쥐고 낚싯대를 뒤로 한 다음에 엄지손가락을 놓음과 동시에 낚싯줄을 촥 던지는 것인데 내가 던지는 모습을 보시고 나중에 합류한 아빠 친구분 가족들이 다 나를 보고 ‘어부’라고 하셨다. 낚싯줄을 넣고 숨도 안 쉬고 가만히 있으면 얼마 안 있어 물고기가 미끼를 탁 무는 그 느낌! 정말 무어라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신기하고 짜릿했다. 그럴 때면 지체 없이 낚싯대를 옆으로 탁 채서 물고기를 건 다음에 최대한 빨리 낚싯대를 감아보면 망둥이가 딸려온다. 가족 중에 내가 낚시를 제일 못하는 편인데, 그날은 어찌된 일인지 이름 모를 물고기까지도 나한테만 입질을 하여 내가 제일 잘 잡았다. 나중에 누나와 엄마도 합세해서 잡았지만 나만큼은 잡지 못했다. 우리는 작은 피라미들은 놓아주고 있는데 옆에 아저씨는 많이 못잡아서 그러는지 팔려고 그러는지 작은 피라미들도 놓아주지 않고 그 자리에서 창자를 뺀 다음에 줄에 꿰어 두고 그랬다.
어쨌든 신나게 낚시를 한참 하는데 다리 뒤쪽에서부터 무엇인가 둥둥 떠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아빠한테 물어보니 기름때 같은데 괜찮다고 그러셨다. 그렇지만 나는 괜찮지가 않았다. 이 금강물이 오염된 것인가? 이 기름때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가? 위험한 물질은 아닌가? 나 혼자 별의별 생각을 다했다. 어느 정도 낚시를 마무리하고 아빠와 아빠 친구분께서 잡은 민물고기를 넣고 매운탕을 끓이고 계셨다. 내가 제일 공을 세웠으니까 내가 제일 많이 먹어야 한다고 아빠 친구분께서 그러셨지만 나는 왠지 먹기가 싫었다. 물위에 둥둥 떠다니던 그것이 기름때일까 세제부유물일까 께름칙해서 끓여놓은 매운탕은 먹지 않고 컵라면을 먹었다. 나를 뺀 나머지 사람들은 다들 매운탕을 맛있게 먹었다. 다들 안 먹었으면 싶었다. 자꾸만 아까 그 기름때가 떠다니던 게 걱정이 되었건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잡은 물고기를 먹을 때, 과연 지금의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가 아끼지 않고 마음대로 훼손하고 더럽힌 자연에서 나온 물고기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터였을까? 우리들 마음 속에 자연환경을 우리들의 소유라고 생각하고 훼손해도 상관없다는 식의 생각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 나도 이런 마음 자세를 지니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니 무섭기도 했다.
낚시는 너무 즐겁고 신이 났는데 내가 본 기름때 때문에 안심이 되지 않는 물고기로 끓인 맛있는 매운탕을 먹을 수가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고 몇 달 있다가 전라남도 순천만 갈대습지공원에 가게 되었다. 공기 정화 능력이 탁월하다는 갈대숲이 펼쳐져 있었다. 입구 쪽에 자리잡은 환경생태관을 먼저 들어가 보았다. 생태관 1층은 순천만의 역사, 습지와 관련된 자료가 전시되어 있었다. 2층에 올라갔더니 사람들이 망원경으로 습지를 내다보고 있었다. 나도 망원경을 통해 짧게 보긴 했지만 새들이 꽤 많고 아름다웠다.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미 자연을 너무 많이 훼손했는지도 모른다. 금수강산인 우리나라가 식수를 사먹게까지 된 현실. 이런 상황 속에 우리들은 어떻게 수질 오염을 줄일 것인가 궁리하는 대신에 정수기를 발전시켰다. 우리는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인지 알아야 한다. 마음대로 훼손하여 더럽혀진 자연은 어쩌면 다시 옛날처럼 되돌려놓기가 쉽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자연 정화되는 순천만 갈대습지공원을 보니 우리 모두가 다 함께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강물을 그냥 떠 마시고 잡은 물고기도 아무런 의심 없이 구워 먹는 그런 날이 다시 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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