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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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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마음 하얀 마음

외할아버지의 기억

정서윤
대전송촌초등학교 6학년
정서윤
내 이름은 7살 때까지는 정지영이었고, 8살 때 정서윤으로 개명했다. 아빠와 외할아버지가 고심 끝에 지은 이름인데, 지영이라는 이름이 너무 촌스러워서 개명했다.
그런데 우리 외할아버지는 서윤이라는 이름 대신 지영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내가 몇 번이고 서윤이라고 다시 가르쳐줘도 외할아버지는 늘 나에게 “지영아, 너 몇 살이니?” 그리고 “학교는 다녀?” 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 외할아버지가 나에게 왜 자꾸 같은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가끔은 답답해서 외할아버지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본 엄마가 외할아버지는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렸다고 말해 주셨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은 예전 일은 기억하지만, 최근 일은 기억하지 못하고 점점 어린 아이 같아지는 병이라고 했다. 그래서 외할아버지는 내가 아직도 7살인 줄 안다. 올해 3월, 우리가족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모시고 서울 남산타워에 갔다. 남산타워는 사람이 정말 붐볐는데, 외할아버지가 자꾸 뒤처질까봐 내가 외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다녔다.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돌아다니는 할아버지가 위험해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는 할아버지와의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할머니는 나에게 “서윤이도 이제 다 컸네. 할아버지도 잘 챙겨주고...” 라고 말씀하셨다. 나에게는 내일이 있지만 할아버지에게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마음 한쪽이 아파졌다.
외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리기 전 나에게 한 말이 있다. “한 번 사는 인생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야지.” 라고. 나도 나이를 먹으면 느끼고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할아버지의 말뜻을 말이다.
언젠가는 외할아버지가 나도 잊고 엄마도 잊고 할머니도 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덤덤하게 할머니와 엄마를 위로해 줄 것이다. 내가 슬프다고 울면 엄마와 할머니는 더 슬퍼질 거니까. 엄마는 내 앞에서 외할아버지의 상태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는 느낌이다. 말하면 더 슬퍼져서 그럴 수도 있고, 나에게 더욱 미안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만약 우리 아빠가 치매에 걸린다면 난 너무 무섭고 슬플 것 같다. 그래서 엄마의 심정이 더욱 이해가 간다. 슬프지만 이 상태로 하루나 이틀을 사는 것이 아니라 1년이 될지 얼마가 될지 모른다.
나를 사랑해주셨던 외할아버지께 이제는 내가 사랑을 드리고 싶다. 내 옆에 엄마가 든든하게 있어줬던 것처럼 엄마가 슬플 때 내가 엄마의 옆에서 사랑하는 딸로 엄마를 안아주며 살아가고 싶다.
앞으로도 외할아버지가 나와의 일들을 기억 못하고 나를 기억 못한다 할지라도 나는 외할아버지를 열심히 보살펴 드릴 것이다
<제16회 충·효·예 실천우수사례∥초등학교∥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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