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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지도연구원

대전청소년

2020년 가을호
청소년이 힘들 때
국번없이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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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잡은 두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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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청소년길잡이
김성현
충남고등학교 3학년
김성현

꼭 잡은 두 손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나는 봉사활동을 단순히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한 활동이고 힘든 것이며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던 중 어머니께서 대전역 동광장에서 하는 배식봉사를 해보자고 제안하셨다. 처음 해보는 봉사활동이라 호기심도 있었고, 어차피 봉사활동 시간도 채워야 하기 때문에 배식봉사를 해보겠다고 했다. 처음 해보는 봉사활동이라 한편으로는 마음이 설레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봉사활동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보통 봉사활동처럼 빨리 끝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배식봉사 전에 해야 할 일들이 많으니 아침 일찍 나가야 한다고 했다. 평소 주말이면 늦잠을 자는 나에게는 일찍 일어나는 것부터 힘들었다.
우리는 토요일 이른 아침에 대전역 동광장으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허허벌판에 큰 트럭 2대를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배식봉사 전에 해야 할 일이란 노숙자 분들이 드실 장소의 천막 설치를 시작으로 테이블 설치, 의자 배치 등을 했다. 식기류는 뜨거운 물로 소독하듯 설거지를 하여 위생에도 신경을 썼다. 식재료들은 직접 다 손질하여 바로 음식을 만든다면서 삼백 명 이상이 드실 수 있는 엄청난 식재료를 손질해야 된다고 해서 당황했다. 낮 12시가 되기 전에 요리까지 마쳐야 한다는 말을 듣고 빨리 재료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자원봉사자 분들이 모두 빙 둘러 앉아서 일을 하다 보니 좀 더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었다. 11시가 조금 넘어서부터 노숙자 분들이 한두 분씩 오시는 것을 보고 일을 서둘렀다. 따뜻한 밥과 국을 기본으로 몇 가지 반찬과 후식을 식판에 담아 한 분씩 드리고 물도 챙겨드리면서 맛있게 드시라는 말도 잊지 않고 했다.
다 드시고 나신 이후 아무 말 없이 가시는 분들도 계셨고, 가시면서 잘 먹었다고 인사하며 가시는 분도 계셨다. 배식할 때는 바빠서 무의식적으로 대답만 했었는데 배식봉사가 끝나갈 무렵 노숙자분들이 손자, 손녀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웃으시면서 ‘잘 먹었어요’ 하신 인사말이 떠올랐다. 이 말 한마디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노숙자 분들의 ‘잘 먹었어요’라는 말 한 마디가 우리가 밥 먹고 난 뒤 ‘잘 먹었습니다’와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당연히 해야 할 봉사를 한 것뿐인데 ‘잘 먹었어요’라고 말씀하시니까 의미가 다르게 느껴졌다. 그동안은 봉사활동 시간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참여했던 활동이지만, 배식봉사 이후 나로 인해 한 사람의 배고픔과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뿌듯했다.
내가 이제껏 알고 있던 봉사와는 다른 진정한 의미의 봉사를 알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그 날도 어김없이 나는 배식봉사를 가기로 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넘어지셔서 다리가 골절되어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부모님께서는 나에게 두 곳을 다 갈수 없으니 선택을 하라고 하셨다. 나의 갈등 끝에 결론은 할머니를 뵈러 가기로 했다. 걱정되는 마음에 뵈러 갔는데 많이 편찮아 보이셔서 너무 무서웠다. 왜냐하면 외할아버지께서도 넘어지셔서 다리가 골절되어 수술하시고 회복되어 퇴원하셨는데 며칠 안돼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나는 무섭고 두려워서 어떻게든 할머니께서 빨리 나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손을 꼭 잡아드렸다. 나의 기운을 주고 싶었다. 편찮으신 할머니 대신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몇 달 전만 해도 같이 여행을 다니면서 건강하셨던 할머니께서 기력이 약해지셔서 병실에 무기력하게 누워계신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다. 팔을 들을 힘조차 없는 할머니의 손이 많이 차가웠다.
할머니께서는 내가 어렸을 때 추운 겨울날 따뜻한 온기로 내 손을 잡아주셨던 것처럼 이번에는 할머니를 위해 나의 온기를 다시 드리고 싶었다. 힘이 없던 할머니의 손이 내 손을 잡고서는 힘을 내는 느낌을 받았다. 나의 기운으로 할머니께서 빨리 일어나시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늘 가지 못한 봉사활동에 대하여 생각해보다가 문득 오늘 참여하지 못한 배식봉사 활동과 할머니를 찾아 뵙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하는 것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나의 어린 시절 정성으로 보살펴 주신 할머니께 나의 따듯한 기운을 드릴 수 있는 것이 사랑하는 마음이고, 진정한 봉사임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도 남과 더불어 살면서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할머니께 드린 따스한 온기를 전하는 봉사활동을 할 거라고 다짐을 해 본다.
<제16회 충·효·예 실천우수사례∥고등학교∥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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