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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지도연구원

대전청소년

2020년 겨울호
청소년이 힘들 때
국번없이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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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보내는 편지

본문

파란 마음 하얀 마음
오채정
대전복수고등학교 3학년
오채정

하늘로 보내는 편지,
땅 끝으로 전해지는 울림

이 작은 목소리가, 이 특별하지 않은 외침이 여전히 푸르른 저 하늘에 닿을 수 있을까? 또한 내면에서 싹을 틔우고 있는 보잘 것 없는 이 마음을 저 하늘에서 본다면 밤하늘의 별 만큼이나 밝게 빛나고 있을까?
아무도 이 질문에 확신을 가지고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그럴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작은 말들을 마음속에 품어본다. 대답을 들을 수 없는 말들을 품어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럼에도 매일매일 새로운 말들을 품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사랑이라는 가치의 힘이다.
작년 4월 27일, 아빠는 내 곁을 떠났다. 내 심장이 뛰는 동안에 다시는 만나지 못할 곳으로 떠난 우리 아빠는 어느새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이 되었다고 내 마음이 일러준다. 이제 벌써 1년도 더 된 일이지만, 그날 아빠의 표정은 오늘 마주한 사람들의 표정보다 더 생생히 기억난다. 아빠는 1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위암 투병을 하시다가 작년에 편안한 미소와 함께 눈을 감으셨다. 그 미소 덕택에 나는 조금이나마 더 빨리 아빠를 놓아 보내드릴 수 있었고, 보다 아프지 않게 지난날들을 버텨낼 수 있었다. 아빠의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했고, 그런 아빠의 마음에 더 이상 눈물로 보답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나 역시도 미소를 되찾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 있었다.
생전의 아빠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사람이었다. 돈이 많지도, 권력이 있지도 않은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이었지만 이런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나에게 이제 더 이상의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아빠는 평생을 가족을 위해, 남을 위해 살아 오셨던 훌륭한 사람이었고, 그만큼의 가치를 충분히 지닌다고 생각한다. 아빠의 장례식장을 찾으셨던 수많은 분들이 눈물로써 한 목소리로 말하길, 아빠는 참 좋은 분이셨다고, 당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멋진 사람이셨다고 했다. 내게도 아빠는 내가 잘 성장하도록 키워주고 교육해주는 부모로서의 존재뿐만이 아닌, 내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누구보다 진심으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조언해주시고 나의 얘기에 귀 기울여 주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멘토셨다.
특히,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에 아빠는 내게 더 많은 것을 조언해주시려 하셨고, 나의 가능성과 능력을 믿은 채 내 의견을 존중해주셨다. 그랬기에 아빠의 갑작스런 부재는 내게 미래를 향한 길을 가로막는 또 다른 커다란 벽이 될 수밖에 없었다. 튼튼한 다리 없이 불완전한 길 위에 놓여 있던 나를 지지하고 받쳐주던 굳센 지지대가 무너져 내려 중심을 못 잡고 휘청거리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어느 날 문득, 아빠가 생전에 내게 많은 조언을 해주셨던 것은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내가 홀로 더 당당하고 굳건하게 성장하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쳐 가라는 의미였음을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이상 방황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빠의 그런 바램에 대한 보답이 아닌 것 같아서, 나는 작은 목표들을 세우고 스스로를 단련시켰다.
그날 이후로 내게 있어 가장 소중한 말은, ‘하늘에 계신 아빠가 보시고 웃으시도록. 결코 실망시켜 드리지 않도록.’ 이었다. 이 말은 내가 어떤 일에 있어 나의 한계를 느끼고 좌절해 있을 때 그 난관에 한 번 더 부딪혀보고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내게 주었다. 살아계시는 동안 딸이 목표를 이루는 모습 한 번 보지 못하고 떠나신 아빠께 그런 모습을 보임으로써 작은 선물을 해드리고자 하는 나의 마음은 이렇게 나 스스로를 각성하게 해주었고, 나 자신의 지지대가 되어주었다.
솔직히 나는 아빠가 살아계실 때 이렇다 할 효도도 한 적 없고, 사랑한다는 표현도 직접 전해본 적이 없다. 심지어 아빠의 병실에서 ‘삐-’ 하는 소리가 흘러나온, 아빠의 심장이 멈춘 그 찰나의 순간에도 나는 아빠께 목 끝까지 차올라온 사랑한다는 말을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가슴이 타들어가는 아픔이고, 후회가 밀려온다. 지금 내가 어떤 모습과 말을 아빠께 보여도 대답을 들을 수 없고, 날 지켜보고 계셨는지 확인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빠의 존재가 사라진 것도 아니라고, 아빠의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것도 아니니 나는 그냥 믿기로 했다. 아빠는 내가 어디에 있든 언제든지 날 지켜보고 계실 거라고. 딸을 생각하는 마음과 정성을, 눈에 보이지 않는 아빠의 존재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목표를 이룬 나를 보여드리자. 이것이 아빠의 사랑에 대한 최선의 보답이고, 효도이다. 부모님을 행복할 수 있게 해드리는 것은 내가 행복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임을 깨달았다. 내가 정말로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며 진실 된 미소를 띤 얼굴을 부모님께 비춘다면, 부모님의 입가에도 옅게나마 미소가 그려질 것이다. 나는 이러한 생각에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으므로, 아빠가 보시기에 행복한 나의 인생을 살아 나가고자 했다.
특히, 아빠는 무엇이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언해주시고, 단 한 번도 당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으셨다. 아빠가 나를 믿고 나의 생각을 존중해주셨기에 내가 지금 꿈꾸고 있는 미생물학 연구원이 되고자 한다. 이 꿈은 나 혼자만의 꿈이 아닌 아빠와 함께 갈망했던 꿈이었다. 아빠는 나의 꿈을 향한 열정을 누구보다 잘 아시기에 꿈을 이룬 모습으로 아빠를 찾아가자고 나 자신과 약속을 했다. 이 약속은 절대 깨서는 안 될 약속이며 그 어떤 약속보다 지킬 자신이 있다. 꿈을 이뤄 진정 행복한 표정을 짓고 아빠에게 찾아간다면 아빠는 얼마나 뿌듯해하시고 기뻐하실까. 그 뜨거운 울림과 감동은 아마 말로 표현하지 못할 것 같다. 이 꿈을 위해 아빠와 함께 나눴던 대화, 함께 고민했던 나의 미래. 진솔하게 털어 놓았던 목표에 대한 본질을 기억하는 한 아빠와의 소중한 추억은 영원할 것이기에.
“아빠는 네가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지금까지도 알아서 잘 해왔으니까. 그리고 네가 누구보다 이 꿈을 원하고 있음을 아빠는 다 아니까. 그런 마음만 잃지 않는다면 너는 꼭 꿈을 이룰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아빠 없어도 포기하지 말고 지금처럼 열심히 해야 해. 어디서나 아빠가 지켜보고 응원할 게. 아빠가 많이 사랑해, 우리 아가.”
하늘과 땅의 거리,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머나 먼 길이다. 어쩌면, 평생을 걸어도 닿을 수 없는 거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물리적인 거리는 진실 된 마음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과 믿음은 불가능한 현실을 초월하기에 충분히 강력하다는 것이기에.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부모님이 비록 나의 곁에 없으시더라도 충분히 기쁘고 행복하게 해 드릴 수 있다. 믿음으로써 아빠의 존재를 느꼈고, 사랑으로 아빠를 기쁘게 할 수 있는 효도의 방법을 찾았기에 나는 오늘도 아빠의 손을 잡고, 주위에 있는 아빠의 존재를 느끼며 아빠와 함께 웃을 수 있는 소중한 꿈을 향해 달린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아빠를 소리쳐 부른다.
“아빠, 18년이란 시간은 짧았지만 이제는 편안한 그 곳에서 저로 인해 행복한 미소를 지녔으면 해요. 아빠가 저에 대한 보람을 느끼는 그 날까지, 저는 믿음과 사랑을 지니며 살게요. 사랑해요.”
하늘 가장 높은 곳까지 전해지는 이 모든 이야기들, 그리고 땅 끝에서 비로소 느껴지는 뜨거운 울림
<제16회 충·효·예 실천우수사례∥고등학교∥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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