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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지도연구원

대전청소년

2020년 겨울호
청소년이 힘들 때
국번없이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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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나

본문

파란 마음 하얀 마음
최민정
대전법동중학교 3학년
최민정

아빠와 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다들 살면서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정말 어려운 질문이지만 무조건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엄마라고 대답할 것이다. 엄마를 선택했다 해서 절대 아빠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엄마는 나에게 편한 친구 같은 존재라면 아빠는 살짝 어색한 친구가 아닐까? 내가 보는 아빠는 재미있고 잘 놀아주시지만 왠지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우리 아빠는 다른 아빠들에 비해 무뚝뚝한 편도 아니었고 나를 자주 혼내시는 편도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아빠를 어려워했던 이유는 아빠가 나에게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시지 않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에게 아빠는 항상 슈퍼 영웅 같은 존재였다. 힘도 세시고, 고장 난 물건도 잘 고치시는 슈퍼 영웅 같던 아빠가 우시는 모습을 태어나서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내가 9살쯤에 아빠께서 술에 잔뜩 취해 집에 들어오신 날이 있었다. 그때 아빠는 내 손을 잡으시더니 우시면서 ‘우리 딸, 아빠가 많이 사랑하는데 표현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빠는 딸이 시키지 않아도 공부 열심히 해줘서 너무 고마워,’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아빠께서 내 앞에서 우시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 때문에 많이 놀랐다. 그래도 그 일 이후로 내가 아빠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 같다. 아플 때에 엄마만 찾던 내가 아빠를 찾기 시작하고, 맛있는 음식을 보면 엄마를 먼저 생각했던 내가 아빠를 생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빠와 매우 친한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동생이 태어난 후부터 아빠가 달라졌다. 나하고만 놀아주시던 아빠께서 동생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나랑은 잘 놀아주시지 않자 나의 질투가 시작되었다. 일부러 아빠에게 짜증부리고 퉁명스럽게 하는 등 아빠를 괴롭혔다. 그랬던 내가 다시 아빠와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철없는 딸이었던 것 같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모두 고집을 피워서라고 내 마음에 들게 바꿔야하고 뭐든지 나를 중심으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가끔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렸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내가 원하는 것은 가능한 모두 이루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내 투정도 받아주는 아빠가 있었기에 정말 행복했던 것 같다.
내게 항상 다정한 우리 아빠가 내 곁에서 떠날 뻔한 정말 끔찍했던 일도 있었다. 그때 나는 아빠의 퇴근을 기다리며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분명 아빠 번호였는데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아빠가 아니었다. 전화기에서 들리는 소리를 믿을 수가 없었다. 우리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실려 가셨다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가족들과 다급히 병원으로 갔다. 항상 건강할 것만 같던 아빠가 병원에 누워 있는 모습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 이후 나는 내가 아빠에게 챙김 받는 것이 아니라 나도 아빠를 챙겨 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느 날, 어린 시절 아빠의 꿈이 궁금해서 ‘아빠는 어릴 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셨어요?’라는 물음에 아빠는 ‘소설가’라고 대답하셨다. 나도 꿈이 소설가였던 적이 있는데 나와 아빠의 공통점을 하나 더 찾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아빠의 미래 계획은 나와 동생을 20살까지 키우고 엄마와 둘이 귀농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서운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때가 되면 내가 열심히 돈을 벌어서 시골에 멋진 전원주택을 지어드리고 싶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빠가 나에게 주셨던 사랑은 참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아무리 미운 행동을 해도 항상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 주셨고, 내가 버릇없이 굴거나 잘못된 선택을 하였을 때 나를 바로잡기 위해 사랑으로 훈계해주셨다. 내가 아파서 누워 있을 때 간호를 하고 죽을 사다주신 것도 나에게 대가를 바라고 해주신 일이 아니다. 이처럼 나는 아빠의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이제는 내가 받은 이 사랑을 되돌려 드리고 싶다.
내 오른쪽 이마에는 흉터가 하나 있다. 이 흉터는 우리 가족이 홍천으로 여행 갔을 때 아빠와 자전거 시합을 하다 넘어져서 이마가 찢어져 꿰맨 자국이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빠는 지금도 흉터를 보실 때마다 아빠 탓이라며 속상해하신다. 나는 아빠께 꼭 말씀드리고 싶다. ‘아빠, 절대 아빠 탓이 아니에요. 죄책감 갖지 마세요.’라고 말이다. 아빠께서 이 말을 들으신 뒤에는 더 이상 자책하지 않으시고 홍천 여행을 좋은 추억으로만 기억하셨으면 좋겠다
<제16회 충·효·예 실천우수사례∥중학교∥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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