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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지도연구원

대전청소년

2021년 봄호
청소년이 힘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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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것은 사랑이다

본문

파란 마음 하얀 마음
박 은 정
충남여자고등학교 3학년
박 은 정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랑이다

주로 사람들은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일에 굉장히 부담감을 느낀다. 스스로를 관리하기도 바쁜 와중에 타인을 돕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이다. 물론 나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남을 돕는다는 것이 결코 어렵다고 말할 수 없다. 어렸을 적 나는 좁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렇기에 당장 내 눈앞에 놓인 사람들에게만 집중할 뿐, 더 앞서나가는 현실을 바라보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부모님께서 처음으로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자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나이 때 기부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잘 몰랐으며 어머니께서는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너무 어린 나이였던 탓인지 내 주변에 있는 상황만을 바라볼 수 있을 뿐, 세상에 힘들고 고된 분들을 바라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후 아프리카 지역에 사는 어느 남자아이에게 처음으로 기부를 했고, 그 아이에게서 정말 고맙다는 편지를 받게 되었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어렵고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내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 미소 짓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에도 나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사랑의 빵 기부금을 매번 조금씩 모아서 좋은 일에 사용했다.
멀지만 소중한 이웃에게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감사하고 다행이었다.
하지만 당장 내 눈앞에 있는 현실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냥 단지 알지 못했을 뿐, 내 주변 친구들에게서도 각자만의 아픔이 있었다. 중학교 2학년 즈음,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교우관계를 잘 이끌어나갔던 나였지만, 나보다 약한 친구들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막상 그 상황에 닥쳤을 때, 매우 난처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아이들이 어떤 이유로든 괴롭히고 상처를 준다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따라서 나는 이 사실을 선생님께 알리기 전에 그 아이들에게서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에게 말을 걸며 가까워진 다음, 나에게 아픔을 털어놓아줄 때까지 기다렸다. 중요한 건 그 친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그 친구는 다행히도 노력 끝에 마음을 열어주었고, 선생님께 이 사실을 알려 친구를 괴롭혔던 가해자들은 합당한 벌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그 친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나가며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고맙다고 나에게 말해줬던 그 친구에게 너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었다.
고등학교 1학년 무렵에 나는 괴롭힘 당하는 친구들을 봐오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반장선거에 나가게 되었다.
나의 간절함을 알아주었던 것인지 감사하게도 반장이 된 나는 당장 앞에 있는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친구들은 마냥 교우관계에만 신경 쓰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곧 대학을 가고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하는 친구들은 다가오는 자신의 무거운 현실에 고뇌하고 막막해 보였다. 나 또한 피해갈 수 없는 현실에 어떻게 친구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자신의 아픔을 차마 누구에게 드러내지 못했던 친구들을 위해 임의로 상담방을 만들어 털어놓지 못했던 일들을 익명으로 시원하게 속풀이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원한다면 해결책 또한 같이 고민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냈다. 과연 이 방법이 효과가 있을까 걱정했지만, 친구들에게 조금씩 노력하여 다가간 만큼 나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상담을 원하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고, 힘든 하루 중에서 나에게 상담을 하는 시간만큼은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사람의 마음은 굳게 닫혀있을지 몰라도, 나의 진심 어린 노력과 일련의 작은 희망이 있다면 못 여는 문은 없을 거라 확신했다.
하루 중 절반을 차지하는 학교생활을 뒤로,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말 한마디도 건넨 적이 없는 이웃들을 내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어느 날 우연히 우리 동네 앞에서 뵌 적 있는 할머님이 떠올랐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오르막길을 올라가시는 모습에 혼자 옮기기가 버거우신 것 같아 도와드렸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할머님께서 굉장히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어쩌면 도와드리는 일이 힘든 것이 아니라 그냥 타인에게 다가가는 용기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캐리어 옮기는 것을 도와드린 이후에도 나는 이번 연도에 폐지를 줍는 할아버님을 도와 수레를 인도에 올려다 드리는 등 여러 가지 일을 실천했고, 먼저 다가가 도움이 필요한지 여쭤보는 방법이 남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모든 순간이 지나가면서 나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은 진실되고 솔직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타인에게 비롯된 사랑이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용기를 내고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도 내가 살면서 내 주변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내가 사랑하는 이웃들이 가득한 만큼, 나의 용기와 앞서서 나가는 작은 실천이 있다면 조금은 힘들지도 모르는 이 세상에서 작은 따스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남들에게도 아낌없이 조그마한 기쁨을 서로 공유하는 삶을 만들어나가길 바란다
<제17회 충·효·예 실천우수사례∥고등학교∥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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