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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청소년

2021년 가을호
청소년이 힘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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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마음 하얀 마음
유선진
충남여자중학교 1학년
유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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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이 같은 딸이면 10명도 키울 수 있어.”
“모르는 소리 하지 마. 잔소리가 99퍼센트야.”
“잔소리해서 말 들으면 다행이게.”
“선진이 물 한잔도 못 떠와. 물 한잔 떠 오라면 반은 흘려. 아직도 애기야. 그래도 선진이 같은 딸 없다.”
엄마와 친구들의 대화가 거의 이런 식이다. 엄마는 나를 흉보는 듯 하면서 은근히 칭찬을 한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엄마가 나를 친구 분들에게 자랑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고 더 좋은 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대화들이 오고 가면 나는 가끔 ‘과연 나는 부모님께 좋은 딸, 자랑스러운 딸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씩 떠오르는 이런 의문은 내가 부모님께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나를 성장시킨다.
현재 나에게 부모님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열심히 공부하고, 동생과 싸우지 않으며, 먹기 싫은 영양제도 엄마가 주시는 대로 잘 먹고, 물이나 우유도 조심해서 안 흘리고 마시려고 노력하며, 걸어 다닐 때 넘어지지 않으려고 신경 쓰고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사람들이 나의 대답을 들으면 그게 무슨 효도냐, 유치원생들도 할 법한 이야기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특히 내 발에 내가 걸려서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것은 아빠가 걱정하시기 때문에 더 신경을 쓴다. 이렇게 거창하지는 않아도 부모님께서 걱정하시는 것을 고쳐나가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효도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엄마, 아빠가 정말 좋았다. 그래서 나는 옛날이야기의 멋진 효자, 효녀들처럼 내 몸을 바쳐 부모님께 효도하고 부모님께 멋지고 좋은 것들을 잔뜩 가져다 드리는 그런 효도를 해보고 싶었다. 그 당시 나는 금은보화를 가져다주는 것만이 진정한 효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엄마께 뽀로로가 돼서 비행기도 사주고, 예쁜 옷도 사주고, 고기도 맨날 사드린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지금은 많이 커서 이런 약속을 안 하고 나중에 크면 돈을 많이 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린다. 가끔 초등학교 1학년인 남동생이 예전의 나처럼 엄마께 이것저것 사드린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나도 저렇게 세상의 모든 것들을 사드린다고 말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우습기도하고 귀엽기도 하다. 부모님이 남동생의 철없는 약속을 들으시면서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부모님을 웃게 하고 즐겁게 하면 그것도 효도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 지인의 부탁으로 엄마가 잠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시게 되었다. 엄마가 조금 늦게 오시게 되면 동생과 놀아 주거나 동생에게 책도 읽어 주거나 하면서 엄마를 기다릴 때가 있었다. 엄마가 챙겨주신 간식도 동생과 먹고, 간식 그릇도 치워놓고, 빨래 건조대에 있는 빨래도 동생과 정리하면 내가 진짜 다 큰 것 같은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또한 집에 엄마가 오셔서 내가 정리해 놓은 것들을 보시고 고마워하시고 감동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엄마를 도와드렸다는 마음에 자랑스러울 때가 많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효도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서 부모님을 도와드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학생이 되면서 조금 바빠진 듯해서 엄마를 많이 도와드리지 못하고 동생도 잘 돌봐주지 못해서 죄송하지만, 중학생이 된 지금의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걱정을 끼치지 않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효도라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것도 진정한 효도라고 생각한다. 기말고사를 준비하면서 갑자기 고열이 나고 몸을 사시나무 떨 듯이 떨었을 때 엄마 아빠는 나를 끌어안고 놀란 나를 안심 시켜 주시면서 지켜주셨다. 시험공부를 걱정하는 나에게 공부가 뭐 중요하냐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다. 갑자기 오른 열이 떨어지고도 엄마는 옆에서 밤새 이마를 만져주시고 손발을 만져주시면서 나를 간호해 주셨다. 정말 감사하고 감동적이었다.
“엄마, 나 때문에 한숨도 못 자게 해서 미안해.”
“잠이야 오늘밤에 자면 되는 거지. 몸은 괜찮아? 시험이 뭐라고 스트레스를 받고 그래! 시험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고 촌스럽게 뭐냐.”
엄마가 장난스럽게 말씀하셔서 마음도 풀리고 긴장도 풀렸다. 나를 간호하느라 한숨도 못 주무신 엄마께 정말 감사하고 죄송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건강이 최고의 효도다.
엄마는 외할머니와 하루에 한 번씩은 전화 통화를 하신다. 외할머니는 경기도에 계신다. 할머니께서는 혹시라도 우리가 올까봐 절대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시고 엄마는 할머니 잘 계시나 전화를 자주 드린다. 할머니와 엄마의 전화 통화는 매번 같다. 그런데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난 두 분의 통화를 듣고 있으면 어제와 같은 내용인데 다른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른들은 같은 내용을 다른 말로 새롭게 만들어 내는 마법사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엄마와 할머니의 대화 내용을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할머니는 항상 우리 가족의 건강을 기원해 주고, 엄마는 할머니의 건강을 걱정해 주고, 마무리는 보고 싶다고 끝나지만 슬프지 않고 희망적이다. 반면 외할아버지와 통화 내용은 내 맘을 답답하게 한다.
“술 그만 드세요. 운전 조심하세요. 엄마 말씀 잘 들으세요. 마스크 꼭 하고 다니세요.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마세요. 집에 일찍 들어가세요.” 등등
할아버지는 엄마와 할머니 말씀을 잘 안 듣는 어린아이 같다. 엄마는 우리를 챙기듯이 할아버지께 잔소리도 하시고, 아이 다루듯이 격려도 하신다.
“엄마, 할아버지는 맘대로 하는 게 좋은 가봐. 그냥 놔 둬.”
“그래도 아빤데, 연세가 있으셔서 자꾸 알려 드려야 해. 너도 엄마 아빠 늙어서 고집 피우고, 말 안 듣는다고 모른 척 할래? 나이 먹으면 어린 아이랑 똑같아.”라고 하시면서 걱정을 하신다. 나는 나만 엄마 아빠께 효도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는데 엄마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효도를 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만약 부모님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엄마 늙지 마.” 라고 하면 “너랑 선우가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면 안 늙어.”라고 말씀을 하신다.
이 글을 쓰면서 효도가 무엇인지 거창하게 고민을 해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효도는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효도라고 생각하지 않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했던 나의 작은 행동들이 결국에는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행복하게 해드리고 나를 뿌듯하게 했다. 먼 훗날 내가 성공해서 내가 돈이 많아져서 하는 것이 효도가 아니라 지금 당장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내가 되어야겠다. 부모님을 많이 웃게 해드리고 나도 뿌듯해지는 소소하지만 우리 가족을 화목하게 만들어주는 생활 속의 효도를 찾아서 많이 실천해야겠다

<제17회 충·효·예 실천우수사례∥중학교∥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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