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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청소년

2020년 봄호
청소년이 힘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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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의 위기 속에서 대안적인 삶과 교육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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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글밭
강승택
김우인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
위기 속에서 대안적인 삶과 교육을 찾아서

- 이집트 세켐(Skem)과 영국 슈마허 대학을 중심으로

저는 충남 홍성에 있는 풀무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제가 일하는 학교는 학생들과 함께 살면서 농사도 짓고, 공부도 하며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인지 함께 찾아가는 곳입니다. 저는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기 전부터, 유럽과 아시아에 있는 생태마을과 대안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며 공부를 했습니다. 지난 여름방학을 맞아 이 공부의 연장선으로 이집트, 영국, 프랑스에 있는 생태마을과 교육기관을 다녀왔습니다. 이 글에서 제가 다녀온 곳 가운데 두 곳을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차로 두 시간 떨어진 세켐(Sekem)이라는 곳입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녘, 카이로 공항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이 마을에 들어갔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땅을 밟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카이로 공항을 지나서 도시의 건물들이 보였고, 도시를 지나자 넓은 모래사막이 펼쳐졌습니다. 황량한 벌판에 갑자기 나무와 풀이 생기를 머금고 자라는 곳에 차가 다다랐고, 이곳이 세켐이었습니다. 세켐은 1977년 이집트 사람인 이브라힘 이볼리시(Ibrahim Abouleish)가 사회, 생태, 경제, 문화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델을 만들기 위해 세운 곳입니다.
이브라힘은 오스트리아인 아내와 함께 루돌프 슈타이너의 영향을 받아, 교육을 통해 이집트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꿈을 꾸었고, 그 꿈의 실현은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브라힘과 뜻을 함께하는, 독일인과 이집트인들은 이곳에 유기농 농장을 시작으로 유기농 면과 허브차, 채소를 생산하는 회사를 설립했고, 이 회사에서 일하는 이집트 노동자의 아이들을 위해 발도르프 학교를 설립했습니다. 이집트에서 세켐은 처음으로 생명역동농법에 기반을 둔 유기농업을 시작했고, 생산품으로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고, 현재는 이집트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알려진 이지스(ISIS)라는 회사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집트 최초 유기농업학과 있는 대학(Heliopolis University)도 설립했습니다.
세켐의 학교, 농장, 대학, 공장을 방문하고, 이곳의 초창기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처음 받은 인상은, 이곳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피라미드가 있는 카이로와 비교만 해도 이곳의 공기는 맑고, 쓰레기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자연은 아름다웠습니다. 이 마을의 설립자와 인터뷰하는 동안 인상 깊었던 말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 회사 경영, 교육기관 운영, 농장 운영 등 이 모든 것이 교육의 일환이고, 이 교육은 인간의 의식을 높여 지속가능한 사회적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일과 연결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어디나 어려움과 문제가 있지만 사막 한가운데서 꿈을 이루어 내는 이들의 열정은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슈마허 대학입니다. 슈마허 대학은 런던에서 기차로 4시간 떨어진 영국 데본 지방에 있는 대학으로,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 E.F.슈마허의 이름을 따서, 1991년 사티쉬 쿠마르와 존 레인을 중심으로 대학은 세워졌습니다. 그러나 이 대학의 시작은 그보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국인 엠허스트라가 그의 스승인 인도 교육자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가르침을 받아 현재 슈마허 대학이 있는 자리인 다딩턴홀에서 새로운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이곳은 예술가, 작가, 정치인, 사상가들이 모여 급진적인 교육을 펼쳤던 곳이고, 그들의 뒤를 이어 슈마허대학이 생긴 것입니다. 현재 슈마허 대학에는 홀리스틱 사이언스(Holistic Science), 생태적 디자인 사고(Ecological Design Thinking), 전환을 위한 경제학(Economics for Transition)이라는 대학원 과정이 있고, 단기 교육과정도 있습니다.
저는 슈마허 대학의 설립자인 사티쉬 쿠마르와 그의 아내 준이 안내하는 연수를 들었습니다. 연수 이름은 사티쉬가 최근 쓴 책의 이름을 딴 ‘우아한 단순함(Elegant Simplicity)’이었습니다. 이 연수는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생태적이고, 영성적이고, 예술적인 삶을 어떻게 일상에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 명상, 강의, 순례 등 다양한 형태로 교실에서, 숲에서, 바다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느끼고 배우는 자리였습니다. 연수에 참가한 사람들은 여러 국가에서 온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고, 우리는 우아하고 단순한 삶을 여러 차원에서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연수중에 사티쉬 쿠마르가 졸업을 앞 둔 석사생들에게 한 이야기가 인상 깊어 여기에 옮겨 봅니다.
“여러분 자신만의 직업을 창조하세요. 사람들과 함께 모이고, 함께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는 겁니다. 누군가 아래서 고용인이 되어 일하지 마세요. 고용인이 된다는 것은 여러분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여러분 자신만의 직업을 창조해 나갈 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큰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입니다.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경험할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저는 이 문제와 어려움을 환영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어려움이 없다면 여러분이 도전할 것, 도전해야 하고 해결해야 할 것이 없는 무의미한 삶이 될 것입니다. 이 어려움을 통해 여러분은 여러분만의 조직,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가며 생계를 찾는 방법을 터득할 것입니다.
그리고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용기는 마음으로부터 나옵니다. 용기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마음을 가꿔 나가야 합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주가 도와주고 있다고 믿으며 용기를 갖고 어려움, 문제 속에서 나아가야 합니다. 문제가 없는 게 오히려 진짜 문제입니다. 보스를 만족시키려는 삶을 살지 마세요. 여러분 자신을 실현하는 삶을 살아가십시오. 스스로 만들고, 조직하고, 자극받고, 운영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세요. 상상력, 창의력을 사용할 자유를 얻으십시오. 이런 삶이 여러분의 생태적 자아(Ecological self), 영성적 자아(Spiritual self) 찾아가는 길입니다. 이 길 위에 당신이 필요한 것은 용기와 믿음뿐입니다.”
지금 전 세계 절반의 인구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비상사태(climate emergency)에 돌입했습니다. 이런 위기 속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우울감에만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그러나 많은 청소년과 청년은 위기 속에서 깨어나 정치가와 기업인들을 향해 기후변화를 해결하라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제가 다녀온 곳들은 바로 이런 청년들과 청소년들을 아낌없이 지지하고,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세계를 현실 속에서 창의적으로 창조해낸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입니다. 
여러분도 어둡고 막막한 현실 속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겠지만, 세계의 많은 청년들과 함께 깨어나 제가 다녀온 곳과 같은 새로운 세상을, 가슴에 용기를 가득 품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지구 위에 창조하는 이들이 되길 바랍니다. 저도 여러분이 나아갈 그 길을, 제가 있는 곳에서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기고자 소개

김우인

풀무학교를 졸업하고 성공회대학과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과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유럽과 아시아 공동체를 순례했고, 세계생태마을네트워크(Global Ecovillage Network) 한국 청년대표로 넥스트젠코리아를 만들었으며, 현재 충남 홍성의 풀무학교에서 교사로 일한다.
함께 옮긴 책으로 <세계 생태마을 네트워크>, <생명의 정원>이 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강연 통역 등 생태와 교육 관련 통역 일도 하고 있고, 현재 생태마을 순례기를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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