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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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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청소년길잡이
변미순
변미순

무궁화

매일 매일 피고 지는 나무가 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무궁화無窮花다. 무궁화의 품종은 거의 200여 종이나 된다. 원종原種이라고 하는 노란색 무궁화는 제주와 남해 쪽에서 자생하였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져 희귀식물로 등록되어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무궁화는 대한민국의 국화國花임에도 불구하고 널리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무궁화는 진딧물이 많고, 다른 나무에 병을 옮긴다는 잘못된 정보가 뿌리 깊게 인식되어 있다. 언제부터 그런 나쁜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을까.
신라시대,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근향槿鄕 또는 근성槿城이라고 적었다. 무궁화가 많은 곳 또는 성이라는 말이다. 온 나라에 무궁화 꽃이 많은 나라였다는 확실한 기록이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일본의 국화인 벚꽃이 더 많이 퍼져 있다. 벚꽃축제는 지역마다 하는데 오히려 무궁화 축제는 들어보지 못했다.
꽃은 질 때 추하지 않아야 한다. 시든 모습을 보이지 않을수록 품이 높게 평가된다. 무궁화는 다섯 장의 꽃잎이 서로 겹치면서 기왓장처럼 접어 분필 크기로 말려서 떨어진다. 와접형瓦椄形 낙화이다. 무궁화는 이렇게 시드는 모습을 절대 드러내지 않는 고고한 품격의 꽃이다.
무궁화 중에는 일본에서 육종된 ‘백란’이라는 겹꽃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새한’이라고 개명되었다. 새한 품종은 꽃이 질 때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고 오래 달려 있으면서 시든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어느 식물원 원장님은 이 새한 품종을 무궁화의 꼴뚜기라고 불렀다. 반드시 우리의 무궁화와 구분해야 한다는 말이다. 무궁화를 심을 때 가능하면 우리의 홑꽃 품종을 선택해야 한다.
일제 식민지하에 있던 1933년 즈음, 대대적으로 무궁화는 뽑혀지고 버려졌다. 무궁화를 매개로 하여 이어져가는 조선의 독립과 애국정신을 파괴하기 위해 일본은 어린이들에게 무궁화에 대한 나쁜 교육을 시작하였다. 무궁화나무를 뽑아오면 공책 한 권, 연필 한 자루를 상으로 주었다. 무궁화 중앙에 붉은 무늬가 있는데 그것을 보면 눈병이나 가려움이 심해진다고도 하였다. 심지어 이런 병을 막으려면 무궁화에게 침을 뱉으라는 교육도 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그때 이 교육을 받았던 분들이 우리 선배 세대들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그 교육은 100년이 지난 아직도 우리는 무궁화는 지저분하고 병이 많다는 관념으로 남아 있다. 가끔 꽃나무를 추천해달라고 하는 개인 또는 기관의 의뢰가 있어 무궁화를 추천하면 그들의 반응은 병이 많다고 고개를 젓는다. 결국은 일본의 계략에 100년을 조롱당하고 있는 셈이다.
무궁화는 우리나라 전국 어디에서도 잘 자란다. 나무껍질과 뿌리에는 약성이 높고, 꽃봉오리는 요리 재료로, 꽃은 꽃차를 만들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꽃나무이다. 영국인 신부 ‘리처드 러트’는 우리나라에서 20년을 살다가 귀국하여 『풍류한국』이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그곳에 기록하기를 대부분의 국화國花는 그 나라의 왕족, 귀족들을 상징하는 꽃으로 정해지는데 반해, 한국의 국화는 국민들이 널리 사랑하는 민중의 꽃이 국화가 되었다며 칭송하였다. 우리나라 사람은 기피하는데 정작 타국의 사람은 그 꽃의 우수성을, 국화國花의 거룩함을 기록해 놓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 아는 만큼 행동할 수 있다. 역사적 사실에 무심하면 전통의 우리 문화와 정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우리가 나라의 깃발과, 나라의 노래를 만들고, 나라의 꽃과 나무를 정하는 것에는 이를 중심으로 하나로 통일되어 나라의 힘을 키우고 우리 정신을 오래오래 이어가자는 뜻이 담겨 있다. 아쉽게도 이런 교육을 소홀히 하고 세월만 흘렀다. 이제 무궁화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 주어야 한다.
무궁화는 우리나라의 국화國花이다. 지금 세계는 국가 간의 무한 경쟁시대에 놓여 있다. 자기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 전쟁과도 같은 치열한 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을 매일 눈앞에서 보고 있다. 우리 스스로 국력을 키우기 위한 내부의 힘을 무엇으로 키워 가는지 깊이 살펴보아야 할 때다

기고자 소개

변미순

대구대학교 원예학전공 교수

수필가, 화훼연구가

수필알바트로스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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