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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지도연구원

대전청소년

2021년 가을호
청소년이 힘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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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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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글밭
방종현
방종현

기록을 남기자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인간은 생각할 수 있고 그 생각을 글로 쓸 줄 아는 데 있다. 그래서 인간에게 호모 사피엔스, 호모 로퀜스라는 학명이 붙었다. 사람은 배워서 지식을 얻고 그 지식을 활용할 줄 아는 지혜를 가졌다. 지식은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배우고, 컴퓨터를 통해서도 얻고, 신문을 통해서도 얻을 수도 있다. 지혜는 배워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습득한 지식을 활용하는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오랜 세월을 살아 경험한 일이 많을수록 지혜가 많을 것이다. 그 지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빛이 날 수도 있다.
그리스 속담에 ‘집안에 노인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모셔 와서 물어보라.’고 한다. 국가지도자도 어려움에 부닥치면 원로를 찾아 조언을 받는다. 조선 시대에도 사마소(司馬所) 또는 유향소(留鄕所)를 두어 지방관인 수령의 통치를 돕는 자문 역할을 하게 했다.
옛날 어느 부잣집에 쥐들이 살았다. 쥐야 가난한 집에도 있었겠지만, 부잣집에는 아무래도 먹을 게 많으니 더 많았을 것이다. 부잣집 쥐들이 가마니를 뚫고 먹이를 훔쳐 먹곤 했는데 어느 날 쥐들이 드나드는 곳을 모두 밤송이로 막아버렸다. 쥐들이 먹이 앞에 도착하니 수천 개의 창이 앞을 막고 있어 낙담하고 있을 때 늙은 쥐가 슬그머니 부엌으로 가서 따개비를 물고 왔다. 그것은 누룽지 긁을 때 사용하는 큰 조개껍데기였다. 젊은 쥐들이 따개비를 머리에 쓰고 일제히 밀어붙여 밤송이를 밀어내고 먹이를 찾을 수 있었다. 평소 먹이 앞에서 젊은 쥐들이 힘으로 늙은 쥐를 밀어내며 홀대하다가 늙은 쥐에게 제대로 한 수를 배운 셈이다. 늙은 쥐의 경험이 빛이 난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내 살아온 얘기를 책으로 엮으면 다섯 권은 쓴다느니 열 권을 쓴다느니 한다. 글은 특별한 사람이나 유명한 사람만이 쓰는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자기 살아온 삶 속에는 눈물겨웠던 일도 있었고, 기뻤던 일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질곡의 세월을 반추해 글을 쓰다 보면 자기 치유도 되고 보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록에 관한 한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멀리는 신라의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이 있고 고려 시대에 조성한 팔만대장경이 있고, 조선 시대 승정원일기가 그러하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가 있었기에 임진왜란의 실체를 알 수가 있다. 또한, 류성룡의 징비록이 있었기에 옛일을 알고 지금의 나아갈 지표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맘속에 쟁여두었던 것을 끄집어내서 기록하게 하면 그 글을 쓰는 이도 보람된 일이며 그 글을 읽는 독자도 참고가 될 것이다. 허투루 쓴 글 속에서도 후인들의 귀감이 될 내용이 있을 수 있다

기고자 소개

방종현

수필가

문화예술사, 매일신문시니어기자

수필집 『은밀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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