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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가을호
청소년이 힘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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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서산을 딛고, 태안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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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글밭
안태승
안태승

가을에 서산을 딛고, 태안을 거닐다

소슬바람이 분다.
창 밖으로 유난히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휘날린다. 몇 해 전 퇴직을 같이 한 교장들이 태안을 가려고 현충원역에서 만나 함께 길을 떠났다. 당진고속도로에 들어서니 들녘에는 추수가 끝나 텅 빈 들녘에는 볏짚을 담은 비닐뭉치들이 눈에 띈다. 수덕사 IC로 나와 내 고향 해미에 닿으니 반갑다. 서산시 고북면 국화전시장에 왔다. 제21회 ‘서산국화축제’ 행사를 10월 27일부터 11월 4일까지 ‘국화 그 가을빛 추억 속으로’라는 주제로 고북에서 국화 축제가 열리고 있다. 국화가 활짝 피어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축제장은 대형 하트와 국화 터널, 천사의 날개 등 대형 국화작품과 다양한 분재 국화들이 전시되어 환상적인 분위기로 관광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살아오는 동안 잊고 살았던 감성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다시 퍼 올리는 시간이 되었다. 국화꽃 따기, 국화차, 비누, 국화로 만든 음식 시식 등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입구의 천막에선 생강과 마늘 등 지역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이곳의 국화전시회는 초창기엔 밭에 노란 국화를 가꾸어 소박하게 전시했으나, 회를 거듭하며 서산시청에서 국화전시장도 천 평 정도로 확장하였고, 쉼터 정자도 마련하여 관광객을 배려하였다. 국화 한 포기에 원형으로 감아올리며 수십 개의 국화들이 아름다움과 낭만에 심취하도록 잘 전시해 놓았다.
주어진 환경에서 저마다의 고운 모습을 피어내는 꽃들처럼 나도 나만의 빛과 향기를 지닌 작은 꽃을 피우고 싶다. 관리실 스피커에서 고운 음악이 흘러 나와 분위기를 띄운다. 나도 누군가에게 따스한 쉼과 위안이 되는 영혼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국화 향기를 뒤로 하고, 천수만을 향해 승용차에 올랐다.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에 왔다. 오랜만에 천수만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해 바다를 바라보니 감회가 새롭다.
간월도는 썰물에 바닷물이 빠지면 육지로 걸어다니고, 밀물이 들어오면 물 위에 떠 있는 섬이 된다. 이곳 간월암 암자는 수덕사 만공선사가 득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또한 간월도 근처에서 무학대사가 태어났다는 탄생설화도 전해 온다. 이곳 ‘어리굴젓’은 임금님께 오랫동안 진상해 왔으며, 이곳의 특산품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현대건설 정주영회장이 천수만 A, B지구를 막아 간척지를 조성한 뒤로는 살조개를 비롯한 많은 수산물이 사라지고, 어리굴젓의 명성도 사라져 퍽 아쉽다.
이곳 식당에서 ‘굴밥 정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아직도 굴밥으로 굴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천수만 방조제에는 철새도래지라 철새들의 군무가 장관인데, 철새들이 아직 찾아오지 않아 철새떼들을 보지 못해 퍽 아쉽다. 방조제를 지나 태안군 남면으로 들어섰다. 남면에는 몽대해수욕장이 유명하고, 그 부근에 한서대학 항공학과 활주로가 있다. 좁은 길 따라 ‘청산수목원’을 찾아 갔다.


<서산 국화축제>



◆ 청산수목원 (태안 명소 8선)
청산수목원은 개인이 수목원을 조성하여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태안은 국제정원관광네트워크한국지부 주관으로 2018.9.30일 ‘올해의 정원관광도시’로 선정되어 수상의 영광을 얻는데 청산수목원도 한 몫을 하였으리라. 이곳은 ‘나무정원’과 ‘수생정원’으로 꾸며 놓았다.
이곳은 계절별로 4월부터 5월까지 ‘홍가시 나무천국’ 페스티벌을,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꽃창포 세상’을 연출한다.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연꽃축제’를, 8월 중순부터 11월 까지는 ‘억새 향연’을. 9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는 ‘핑크뮬리감상’을 하도록 연중 행사를 하고 있다. 또한 테마별 정원도 볼거리가 많다. 우선 ‘황금삼나무길’로 들어서니 담양의 메타세콰이어길을 연상할 만큼 길 양쪽으로 하늘을 찌를 듯 울창한 삼나무들이 우리들 마음을 압도한다. 길가의 코스모스와 국화꽃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수생정원’에는 수련을 비롯한 많은 연꽃을 재배하고 있으나, 연꽃이 피는 때가 아니라 연잎들만 바라보고 노천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모네의 연원’을 바라보았다.
‘삼족오미로정원’은 억새꽃이 우거져 바닷바람에 출렁이고 있었다.
‘밀레정원’은 밀레의 ‘만종’ 그림을 재현해 놓았다. ‘핑크뮬리’를 대량으로 심고 가꾸어 분홍빛 꽃이 저녁노을에 비친 핑크뮬리는 꽃들이 바람에 춤을 추며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수목원에서 나무와 꽃들과 대화를 나누며 밖으로 나왔다.

◆ 안면도 쥬라기박물관
태안군 안면도 쥬라기박물관을 찾아갔다.
박물관 건물 앞에 대형 공룡의 모형이 길손을 맞이해 준다. 이곳은 현재 국내 최대 공룡화석표본을 보유하고 있다. 1.500점의 자연사 관련 표본들을 전시하고 있고, 다양한 공룡 화석을 볼 수 있다.
계룡산 자연사박물관의 공룡은 공룡뼈를 맞추어 조립해 전시한 것이고, 이곳은 공룡 화석을 전시해 놓아 비교가 되었다.
이와 더불어 지구 역사를 알 수 있는 시대별 지질화석, 우리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광물 원석 300여 종, 그리고 원석을 가공한 다양한 보석들을 전시하고 있다.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별로 하늘을 나는 파충류와 바닷속 파충류를 비교해 보았다. 쥬라기박물관 내에 ‘별똥별 하늘공원’이 있다. 테마별 전시관, 주관측실, 천체투영관, 전망대 등의 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땅거미가 지고 캄캄한 밤에 전망대에 올라 주변의 경관과 별자리를 관측해 보았다. 도시에서는 매연으로 별을 보기 힘든데, 이곳은 청정지역이라 북극성, 북두칠성을 비롯한 별들을 바라보니 어릴 때 밤에 별을 바라보던 일이 떠올라 옛 생각에 잠겨 보았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수억 년 전의 지구 비밀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공간이 마련되어 반갑다. 이 시설이 청소년들에게 산 교육장으로 많이 활용되어, 그들의 꿈을 활짝 키워가길 소망해 본다

◆ 백사장 인도교
푸른 바닷가에 잔잔한 미소로 반기는 모래사장, 자연의 향기를 품고 바닷가에 뿌려진 추억들은 지친 마음을 달래며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안면도 백사장에서 맞은 편 남면 드르니를 잇는 인도교가 개설되어 지역 주민들에게 생활에 편리함을 주게 되어 고맙게 생각한다. 서해안의 황금빛 태양이 있는 곳, 가족과 연인들의 사랑과 행복한 여정이 쉬어가는 곳, 낭만의 장소에 올라 사방을 조망을 하고나서, 두 팔을 벌려 바닷바람을 가슴으로 맞으며 걸으니 퍽 상쾌하다.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신선이 되어 다리 위에 강림한 것 같은 느낌이 들고, 하늘을 나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

◆ 안면암
안면암은 안면도에 있는 유일한 불교 사찰이다.
대웅전 앞마당의 동자승들이 밝게 웃는 표정들을 석불로 잘 제작해 놓아 이곳을 지나는 길손의 눈길을 끈다. 맞은 편 동쪽 무인도 사이에 탑이 세워져 밀물에 탑이 물에 뜨고, 해넘이할 때의 풍경은 정말 환상적이다. 땅거미가 내리고 밤이 되자 달빛이 밝다. 달빛과 별빛을 받으면서 바닷가 둘레길을 걸으며 낭만을 만끽해 본다.


<태안 안면암의 동자승>



<태안 안면암 전경>



◆천리포 수목원
다음 날은 만리포해수욕장을 지나 오랜만에 ‘천리포수목원’에 왔다. 바닷바람이 불어와 시원하다. 수생식물원을 지나 연잎들이 가득한 연못의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숲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천천히 걸었다.
미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을 무척 사랑하고 특히 꽃과 나무를 사랑하여 이곳에 수목원을 조성하여 평생을 바친 사람이 있다. 칼 훼리스 밀러(Carl, Ferris Miller 1921ㅡ 2002)는 한국에 귀화하여 한국 이름은 민병갈로 지었다. 그가 평소에 존경한 민병도박사의 이름에 돌림자 ‘병’을 따르고, 끝의 한 글자만 자신의 이름 Carl을 넣어 발음을 부드럽게 하려고 ‘갈’로 지었다니, 그의 진한 한국 사랑이 가슴을 울렸다.
그는 미국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주한 미군 장교로 근무했으며, 군복무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와서 한국은행과 모 증권회사의 자문역을 맡아 생활했다. 2000년 국제수목학회에서 이곳을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했다. 숲으로 들어서니 커다란 목련나무가 눈길을 끈다. 이 나무는 그의 어머니가 좋아하던 목련을 어머니와 함께 가져와 이곳에 심었다.
어머니를 모셔와 함께 지내다가 어머니도 이곳에서 운명하셨다고 한다. 그의 효성도 엿볼 수 있다.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걷다가 민병갈선생의 동상 앞에서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하였다.
숲길에 발목까지 쌓인 낙엽을 밟고 걸으며, 낙엽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야말로 삶의 의미를 깨우쳐 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세상은 흥할 때가 있으면 쇠할 때가 있는 것이 순리임을 나무의 일생을 통해서 알려준다. 봄의 새싹은 희망을 보여주고, 여름의 무성한 위용과 가을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자랑하다가 결국 나목으로 돌아가는 걸 보여주면서 우리 삶이 다하는 날 빈 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임을 말없이 알려준다. 천리포수목원을 뒤로 하고 귀성길에 올랐다

기고자 소개

안태승

한국문협 ․ 대전문협 ․ 국제펜한국본부 ․ 한국수필가협회 ․ 대전수필문학회 회원

국제펜대전부회장, 한국공무원문학협회고문, 한말글사랑회장

전 대전노은고 교장

옥로문학상, 대전펜문학상 수상

수필집 : 『만남과 인연』, 『삶의 쉼표』, 『행복이 손바닥 위에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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