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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지도연구원

대전청소년

2019년 겨울호
청소년이 힘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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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의 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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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이미란
이미란

99의 노예

세상에는 만족이라는 것이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 모두가 조금 더 조금 더 하며 욕심의 바벨탑을 쌓는다. 그래서 ‘99의 노예가 된 요리사 이야기’는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왕이 머리도 식히고, 민심도 살피기 위해 잠행을 나갔다. 왕은 주막의 주방에서 요리사가 휘파람을 불며 일을 하는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였다. 왕은 요리사에게 지금 요리사 처지에서 어떻게 그리 즐겁게 일을 할 수있는지 물었다. "저는 말단 요리사에 불과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어서 기쁘고, 또 늘 즐겁게 해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집 한 칸이 있고 항상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비록 적은 수입이지만 가족들 모두 만족하고 저를 응원합니다. 저는지금이 무척 행복합니다.“ 궁으로 돌아온 왕은 현명한 재상에게 요리사가 어떻게 그처럼 행복할 수 있냐고 물으니 재상이 99의 맛을 느껴보지 못해서 그렇다고 하였다. 왕은 금화 99개가 든 주머니를 요리사의 집 앞에 몰래 가져다 두고 요리사를 지켜보았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요리사가 그 주머니를 들고 집안으로 들어가 금화를 세어보니 99개였다. 요리사는 혹시나 잘못 세었나 싶어 몇 번이고 다시 세고, 집 앞에서부터 집안까지 샅샅이 뒤지며 금화 하나에 미련을 가지고 찾았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을 한다. 열심히 일해서 금화 100개를 채우자. 그런 생각이 들자 금방 그의 삶의 목표는 금화 하나 채우는 것으로 바뀌었다.
금화에 신경 쓴 나머지 밤새 고민하고 피곤했던 탓에 늦잠을 자고 말았다. 깨우지 않아 귀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었다고 아내에게 화를 냈다. 아침 식사도 거르고 출근해서 미친 듯이 일에 몰두했다. 예전처럼 콧노래를 부르거나 휘파람도 불지 않고 오로지 일에 매달렸다. 과거의 행복한 요리사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금화 99개를 그냥 얻었음에도 하나도 없을 대보다 그의 삶은 오히려 더 불행해졌다.
가진 것이 아무리 많아도 만족하지 못하고, 부족한 하나를 채워 100을 만들기 위해 죽도록 일에 매달리게 된다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옛말에도 종을 두면 말을 타고 싶고 말을 타면 정자에서 쉬고싶다는 이야기가 있다. 과연 행복은 어디에 있고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지금 나의 모습이 바로 99의 노예는 아닌지 생각해 본다. 내 자식들은 큰 병 없이 자라서 건전한 사고에 대학 간판까지 단 헌헌장부들이다. 남편도 사업을 하면서도 험한 일 당하지 않고 나름 건강하다. 의식주 걱정을 하지 않을 정도의 여유도 있다. 이만하면 행복한 콧노래가 나와야 하건만 내 이마에는 내 천川자가 그려져 있으니 내 욕심도 요리사보다 작지 않다. 자식자들한테도 ‘좀 더’라는 단어가 항상 접두사로 붙는다. 남편에게 괜스레 불만과 짜증이 날 때가 많다. 오늘도 뉴스를 장식하는 수많은 일들이 결국은 99의 노예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돈을 벌려고 투기와 세금 포탈, 보험금을 노리는 가족 살인이나 상해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내 몫을 뺏길까 걱정되어서 남이 일을 자기보다 잘하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한다. 남이 잘못되면 즐겁고 남의 흉보는 소리를 귀담아 듣는다.
현재의 직책에 만족하지 못하고 한 단계 더 올리기 위해 챙겨야 할 가치들을 돌아보지 않는다. 내가 가진 권한도 많은데 남이 가진 권력까지 탐하여 뺏어 오려고 억지를 부리는 삶, 남에게 보이기 위해 억지로 체면치레를 하면서 살아가는 삶은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삶이 99개를 거저 줘도 하나를 채워주지 않았다고 불평을 하는 삶이다. 99개 금화를 내다 버리면 행복할까? 나에게는 그만한 용기와 배짱이 없다. 힘들고 어렵겠지만 내 삶의 목적을 현재의 99에 만족해야 비로소 행복은 찾아온다는 말을 믿어 보고 싶다

기고자 소개

이미란

수필가

계간 《수필세계》 신인상 등단

수필동인 알바트로스

에세이포럼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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