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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지도연구원

대전청소년

2020년 봄호
청소년이 힘들 때
국번없이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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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여주세요!

본문

상담실에서
박선이
대전광역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동반자 이용희

마음을 보여주세요!

“우리 아이가 뭐라고 하던가요?”
“우리 엄마가 뭐래요?
위의 대화는 청소년동반자로 일하면서 만나게 된 민이(가명)와 민이 어머니가 상담가인 저에게 물었던 질문이었습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과 그 부모님을 만나게 될 때 종종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있는데, 서로가 서로를 무척 알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직접 물어볼 수 없어 상담사를 통해서 서로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하죠. 그래서 종종 상담가가 해석기가 되어 부모에게 자녀의 마음을 전달하거나 자녀에게 부모의 마음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할 때도 있습니다.
민이는 아버지를 사고로 일찍 여의고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중학생 여자 아이었습니다. 한적한 동네에 있던 초등학교와 달리 여러 동네에서 모여든 중학교 친구들과 친해져야하고, 갑자기 어려워지기 시작한 공부를 따라 가는 것은 민이에게 고된 일이었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긴장하고 있다가 집에 가면 긴장도 풀어지고 언제나 내편이라고 생각한 엄마에게 그날의 스트레스를 다 풀어버리곤 했습니다. 엄마는 그런 민이가 매우 낯설게 느껴졌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행동을 혹시 자신뿐만 아니라 밖에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할까 걱정이 되어 민이에게 야단치기 일쑤였습니다. 민이는 또 그런 엄마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들과 나가서 노는 날이 많아지고 그러다가 본의 아니게 범죄 행동에 연루되어 경찰서에 잡혀가는 일이 생기기까지 하였습니다. 자녀가 더 이상 망가지는 것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한 엄마는 민이가 친구들과 만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압수하고 민이의 손을 이끌고 상담실을 찾아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성숙으로 나아가는 중이지 성숙을 완성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기에 어른들도 그리고 청소년들도 그때는 맞았던 것 같았던 생각이나 감정들이 돌이켜보면 틀려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 대한 서로의 모습들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보여 질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오히려 그런 시간들을 잘 활용하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는데도 말이지요. 사실 민이네도 저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서로의 속 이야기를 했더라면 오히려 서로 더 가까워질 수 있었을 수 있었습니다. 민이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어머니가 자신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 지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다른 친구들이 학교를 빠져도 혼자서 출석을 하고, 시험기간 만큼은 공부를 하려고 노력하는 친구였습니다. 어머니 역시 민이가 그림에 소질 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민이가 원한다면 지원해주기 위해 따로 적금을 붓고 있을 정도로 민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자녀를 낯설어 한다는 것과 그리고 잘 키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자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엄마와 엄마에게 자신이 힘들다고 하면 엄마가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생각한 딸 사이에서 서로를 생각하느라 오해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런 오해들이 서로가 서로를 거부하고 있다는 생각을 낳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그들이 한 말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제는 엄마가 날 싫어하는 거 같아서 말을 못해보겠어요.”
“내가 민이의 마음을 모른다고 하면 민이가 실망할까봐 입이 떨어지지 않아요.”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실제로 부모와 자녀가 서로가 서로를 많이 생각하고 있는데 정작 본인들은 모르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민이네처럼 서로를 너무 생각하다보니 미처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부모와 자녀의 사이를 더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면 한번쯤 자신들의 생각을 돌이켜 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도 말이지요.
민이네 집의 경우에는 민이가 먼저 용기를 내었습니다. 물론 상담을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기도 하고, 엄마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많이 고민하는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하는 말에 엄마의 반응을 예상해보고 그 예상된 반응에서 민이가 드는 생각과 감정들에 대해 다뤄보기도 하였습니다. 민이는 그렇게 자신의 마음과 엄마의 마음을 들춰보는 작업들을 하였고 드디어 엄마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 다음 상담에서 민이는 자신이 그동안 엄마를 많이 오해하고 있었다고 하며 엄마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상담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도 이야기하였습니다.
사실 내 마음을 상대방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내 마음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것도,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어렵게 알아차린 나의 마음을 조심스레 상대방에게 내어보였을 때 상대방이 내가 생각한대로 내 마음을 알아준다는 보장 역시 없습니다. 서로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일들이 오히려 더 어려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서로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고 서로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상대방은 나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합니다. 내가 상대를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지,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면 상대방도 나에게 마음을 열 수 있고 서로에게 쌓인 오해도 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서로에게 마음을 보여주는 일은 부모-자녀 간에는 더욱더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자녀들은 때로는 자신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합니다. 차라리 누가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알아차려주기 바랄 정도로 말이지요. 어쩌면 부모가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것이 청소년 자녀에게는 좋은 모델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녀 역시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려 애썼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부모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확인 받을 수도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나의 존재가 확인된 친구들은 그 어느 곳에서도 자신을 소중하게 잘 지킬 수 있기에 서로의 마음을 보여준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용기 내어 마음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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