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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여름호
청소년이 힘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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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로 39만 명 친구사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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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다함께
김아연
호수돈여고 2학년
김아연

<탄방 청소년 문화의집>
수어로 39만 명 친구사귀기

저는 저의 꿈을 함께 응원하고 참여해 줄 친구들을 찾습니다.
제 꿈은 수어통역사입니다.
많은 분들이 생소하겠지만, 코로나 이후 확진자 발생 상황,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등을 브리핑하며 수어통역사를 볼 기회가 많아져 어떤 일을 하는지는 대부분 아실 거라 생각됩니다.
저의 고모가 수어통역사이고, 어릴 때부터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이런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수어보다는 수화라는 말이 좀 더 익숙하실텐데요. 수화는 손으로 하는 대화라는 의미로 예전부터 쓰여 왔었고 수어는 국어, 영어처럼 언어적인 면을 강조하는 단어로 공식적으로 쓰입니다.
사실 수어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어렵지는 않습니다.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고생하셨던 의료진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진행했던 ‘덕분에 챌린지’ 기억나시나요? 이런 손모양을 사진 혹은 영상으로 표현한 뒤에 해시태그를 달아서 참여했던 캠페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손모양이 수어라는 걸 아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까요? 이 수어는 존경, 자부심을 담은 수어입니다. 국민은 의료진분들에게 ‘존경합니다’ 의미로 의료진분들은 국민에게 ‘감사합니다, 자부심을 느낍니다’라는 의미로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수어를 몰랐어도 그 손짓에서는 감사함과 존경함이 느껴지지요.
아직 많은 단어를 모르긴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수어 중에 ‘봉사’와 ‘희생’이 있습니다. 봉사는 배를 갈라 주는 모양이에요. 희생은 어떻게 표현할까요? 봉사와 비슷하다는 게 힌트입니다. 희생은 목을 갈라 주는 모양이에요. 약간 섬뜩하죠? 하지만 이 수어는 봉사와 희생의 의미를 정말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이렇듯 수어는 아주 다른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감정, 뜻과 의미를 손을 통해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청각장애인과 농인을 같은 단어로 알고 계신데요. 청각장애인은 귀가 들리지 않는 모든 분들은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그 청각장애인 분들 중에서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시는 분들은 농인이라고 부릅니다. 농인분들께 청각장애인이라고 칭할 수는 있지만 청각장애인분들이 모두 농인인 것은 아닙니다. 보통 농인분들을 사람들은 귀가 안 들리는 장애에 초점을 맞추고 아픈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농인 분들은 귀가 잘 들리지 않을 뿐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우리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외국어를 통역하듯 수어통역을 통해 농인들과 청인이라 칭하는 일반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 농인들에 대해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순수하고, 수다스러운지 여러분들은 모르실거예요.
사실 저도 잘은 모르지만, 대전농아인협회에서 농인 선생님을 통해 수어를 배우며 너무 재밌고, 유쾌한 모습에 반했습니다. 표정이 얼마나 예술이게요. 모든 상황을 손과 얼굴 표정으로 말을 하죠. 수어를 배우는 수강생들은 모두 일반인으로 수어를 전혀 몰라요. 하지만 선생님과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잘 못 알아듣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반복해 설명하고, 글로 쓰며 수업을 하지만, 정말 지루한지 모르겠어요. 왜? 선생님의 다양한 표정 덕분에 웃다가 2시간 수업시간이 다 가죠.
저는 그 선생님께 3개월씩 3번째 수업을 듣고 있는데,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뭔지 아세요? 바로 표정입니다. 비수지라 부르는 얼굴 표정은 손으로 모든 단어를 표현하는 한계를 얼굴 표정으로 2배, 3배로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실례로 ‘맞다, 정말, 진짜’는 똑같은 손 모양이지만 얼굴 표정으로 다르게 표현합니다. 또, ‘봄, 따뜻하다’도 표정만 다를 뿐입니다.
수어를 배우며 내가 얼마나 표정 없이 대화하는지 알게 되었어요. 아니 저뿐만 아니라 같이 수강하는 대부분 사람들이 표정 없이 말하더라구요. 수어를 배우며 대화에 표정을 더하면 의사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나의 속마음을 타인에게 들켰을 때 뭔가 잘못한 느낌, 창피한 느낌, 손해 보는 느낌을 들어 나를 잘 드러내지 않는 듯합니다. 이것이 아주 익숙하다 보니 말과 표정과 마음이 따로 표현할 때가 많죠. 하지만 농인들은 표정으로 말을 하기 때문에 숨기지를 못해요. 즐거운 척, 슬픈 척, 괜찮은 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현재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죠. 그러니 속이지 못하고, 정직하게 대화하게 되고 타인에게 모든 것을 보여줘 깊이 있는 의사소통이 된다고 생각됩니다. 여러분도 대화에 표정이 얹어 보세요.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사람, 믿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이 될 거예요.
또 다른 수어선생님께 들은 얘기인데 (이분은 청인, 일반인 선생님입니다.) 농인들은 정말 수다스럽다고 합니다. 어? 정말?
그들은 소리가 아닌 눈으로 대화를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한꺼번에 대화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듣고 본 이야기를 이 사람에게 하고, 또 저 사람에게 하고, 이렇게 반복한다고 합니다. 단체로 워크샵을 가면 밤새도록 얘기한다고 하네요. 우리 같으면 좀 웃고 떠들다 피곤해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카톡과 SNS, 연예 기사가 궁금해서 다들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을텐데.
어쨌든 여러분이 생각하는 농인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 않나요?
제가 농인에 대해 들은 이야기 중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많은 분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가장 큰 이유로는 배움의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인데요. 혹시 대전에 농아인 학교가 몇 개 있는지 아세요? 깜짝 놀랄 일이지만 하나도 없습니다. 세상에 150만 명이 사는 대전‘광역시’에 농아인 전문학교가 1개도 없다니.
대덕구 대화동에 대전원명학교라는 곳이 있습니다. 여기는 청각장애와 지적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로 유일하게 청각장애인이 갈 수 있는 학교입니다만 농아인 전문학교는 아니죠.
얼마전 유느님 유재석님이 나오는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에 수어통역사 두 분이 출연하였습니다. 이때 들은 바로는 우리나라에 농인이 39만명, 수어통역사는 1,824명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농아인을 위한 전문학교도 부족하고, 이들의 귀와 입 역할을 할 통역사도 부족하니, 많은 농인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모두 아시겠죠.
저는 농인들이 더 많은 배움의 기회를 갖고, 교육을 통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원대한 포부까지는 아니고요. 제가 가지고 있던 농인들에 대한 편견, 농인들을 손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신기하게 보는 눈빛, 이런 것을 없애고 우리와 같은 이웃, 친구로 지낼 수 있도록 작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수어도 좋아하지만 음악도 좋아합니다. 특히 아이돌을 좋아하지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수어로 번역하여 인별그램에 올리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실력이 부족하여 노래 가사를 직접 번역하지는 못하고요, 너튜브에서 선배님들이 번역한 영상을 보고, 연습하여 올리고 있습니다. 비록 조회수와 좋아요는 몇 개 되지 않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것 같아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또 탄방청소년문화의집에서 수어동아리를 만들어 같이 배우고 있습니다. 혼자 보다는 함께 하면서 비수지 표현, 즉 표정을 통한 수어가 잘 전달되는지 알 수 있고 피드백을 통해 더 명확하게 전달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회원은 저 포함 3명에 불과하지만 함께하는 친구들이 열정적으로 배우려 하여 부담스럽지만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저희 동아리는 좀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수어를 공부하고, 활동하고 싶습니다. 우선 기초적인 수어를 배우기 위해 저를 포함한 동아리 회원들과 기초부터 연습하려 합니다. 또 K-POP, 뮤지컬 OST 중 흥미 있는 노래로 수어를 배우고, 촬영 후 SNS, 농아인협회 등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좀 더 연습이 된다면 동화, 단편소설, 웹툰 등을 수어로 통역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활동들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겠죠. 그래서 대전농아인협회의 수어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할 예정입니다. 그 외에도 전문강의나 여러 활동에서 비용이 드는 문제가 있을 텐데요. 다행스럽게 올해 3월 저의 꿈을 응원해주는 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설립된 4.16재단의 ‘4.16 꿈 지원사업’ 이라는 것인데요. ‘4.16 꿈 지원사업’은 꿈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업인데요. 저도 올해 선정되어 수어통역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하는 여러 활동을 위해 지원금을 활용할 예정입니다.
혹시 여러분 알고 계신지요. 2016년 수어는 한국어와 함께 대한민국 공용어로 지정되었습니다. 즉 대한민국 언어는 한국어와 수어, 이렇게 2개입니다. 여러분과 저는 대한민국 언어 중 반밖에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저는 여러분들께서 39만명의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며, 대전 탄방 청소년 문화의 집 수화동아리에서 함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싶습니다. 실은 기회를 드리는 것보다는 도움을 요청하는 겁니다. 어때요? 여러분 저희 동아리에 들어오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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